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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15. 2023

사람은 판을 짜고, 자연은 공간을 메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지은 건축물


도미너스 와이너리(Dominus winery), 파쇄석 사이로 부숴지듯 들어오는 빛이 흩뿌려져 바닥과 벽면이 얼룩덜룩하다. 개비온 (철망에 돌을 채워 넣은 벽) 사이로 불규칙한 빛이 건물 내부로 투입되는 것 이다.


이 건축물은 스위스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와 '피에르 드 뫼롱'이 설계를 맡아 1997년에 완공되었는데, 개비온 사이로 투입되는 빛은 미감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부분까지 충족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덧붙여 개비온을 구성하는 파쇄석은 인근 지역의 현무암을 채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주변 경관과 이질감 없이 조화를 이루면서 축자제 운반에 드는 불필요한 소모를 줄였다.



이유 없는 점(Dot)은 없다.


건축이던 미술이던, 디자인의 기본 원칙은 점 하나에도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미너스 와이너리의 파쇄석에도 분명 이유가 있다. 파새석이 가지는 기능의 핵심은 '온도조절'이다. 층고마다 나뉜 파쇄석의 밀도 덕분에 일조량을 달리해 건물 내부의 온도 조절이 가능케 했다. 상층부에는 오피스 공간은 일조량을 높이기 위해 부피가 커다란 파쇄석을 사용했고, 와인을 저장하게 될 하층부에는 더 작은 파쇄석을 사용해 밀도를 높여, 빛이 통과할 수 있는 길을 좁혔다. 즉, 디자인을 통해 그늘이 만들어 와인의 자연 발효를 유도한 것 이다.


미감 또한 충족된 선택으로 와이너리와의 거리가 점차 멀어질 수록, 촘촘했던 파쇄석의 균열은 희미해지고 너비 137m, 폭 25m, 높이 9m의 커다란 한 덩어리 박스 형태의 미니멀한 건축물이 등장한다.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의의


도미너스 와이너리는 석재의 재발견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석재보다 운반과 가공이 쉬웠던 철근 콘크리트의 부재료로 전락했던 석재는 건물의 핵심인 골조에서는 그 자취를 감췄었다. 그러나 도미너스 와이너리는 석재를 통해 사용은 미감과 실용 두 가지를 충족해내며, 석재의  재료 자체의 고정관념 탈피와 시각적인 즐거움까지 모두 충족한 것이다.


무엇보다 그리너리 와이너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역시 자연과 인간의 조화가 아닐까 싶다. 이 건축물에서 차지한 사람의 역할은 그저 자연의 섭리를 받아들이고 망을 만들어 돌을 쌓았을 뿐, 공간을 메운 것은 자연이었다.


자연을 경외하는 방법은 자연을 모방하고 자연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탐구하고 적용한 뒤 협력하는 자세로 이어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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