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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Sep 16. 2023

서대문구점 048 이대 간결한 계절식당 <모미지 식당>

당신의 식사에는 계절이 얼마나 묻어있나요?


서대문구점 048 모미지식당

당신의 식사에는 계절이 얼마나 묻어있나요?


모미지(もみじ)는 일본어로 단풍잎, 그러니까 모미지식당은 계절을 암시하는 식당이다. 단풍을 볼 수 있는 계절이 한정되어 있듯, 모미지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계절도 한정되어 있다. 이 식당의 가장 큰 특징은 매월 1일 메뉴가 바뀐다는 것.


내 기억 속 모미지식당은 이화여대 앞 북적이던 옷 가게들 사이를 헤쳐 나와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먹을 것이 있는 골목이 아니라, 치장할 것들이 즐비한 골목 2층에 위치한 식당이었죠. 그곳은 허름한 건물 2층으로 걸어 올라가, 오밀조밀한 공간 안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히며 장국과 반찬이 준비된 셀프 바를 이용하고, 그렇게 살 부대끼며 다정한 식사를 하던 곳으로 기억됩니다.



최근 모미지식당은 확장 이전을 했어요. 모미지식당은 스러져가는 이화여대 앞 상권에서 건재함을 보여주는 몇 안 되는 식당 중 하나입니다. 몇 달 전 중앙일보 1면에, 이화여대 앞거리 사진이 크게 실린 적이 있어요. 코로나로 인해 황폐화된 상권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모미지식당의 영업을 힘들게 하는 사정들이 있다는 이야기들이 알음알음 몇 차례나 들려왔습니다. 이번 확장 이전도 영업이익을 늘리기 위한 이전이 아니라, 이전 가게 건물이 경매에 넘어가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확장 이전된 가게에서 초심을 잃는 경우는 수없이 자주 목격되는 현상이죠. 그렇지만 모미지식당은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몇 안 되는 메뉴를 변경하고, 영업시간을 조정하고, 재료 수급이 어려우면 어렵다고 솔직히 드러내며 여전히 이곳을 지켜내고 있습니다.


모미지식당의 메뉴판은 간결합니다. 매달 3-4가지의 메뉴를 바꿔 제공합니다. 계절에 크게 상관없이 자주 만나볼 수 있는 시그니처 메뉴, 가지 소고기 덮밥은 지난번 방문에도 놓쳤는데, 이번에도 품절이라 맛보지 못했어요. 대신 이번 달 메뉴인 육회 덮밥과 굴 국밥을 맛보았는데, 육회 덮밥은 육회를 못 먹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밥과 양념, 육회의 조화가 부담스럽지 않고 알맞았습니다. 굴 국밥은 겨울철 몸이 왠지 모르게 시리고 허할 때, 한 그릇 먹으면 건강해질 것만 같은 삼삼한 맛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곁들여 먹는 고로케도, 튀김이 분명 바삭한데 먹는 내내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달짝지근한 맛이었죠. 같이 취재 온 에디터님에게, 음식이 맛있으니 식사 시간이 즐겁네요,라는 말을 건네게 되는 식사였습니다.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백문영씨는 "계절의 기분을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지만, 날씨에 잘 어울리는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야말로 한 계절을 완벽히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한참 일에 묻혀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계절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눈치채지 못합니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계절의 변화가 짜증스럽기만 하죠. 그럴 때 언제나 맛있는 음식으로 당신에게 계절감을 절로 더해 줄 모미지식당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그 맛이 그리울 때 방문하는 것도, 학교 앞 매번 같은 가게에서 새로운 메뉴를 만나 보는 것도, 모미지식당에서는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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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서대문구 이화여대7길 24 2층

위치 │ 김가네 이대점 옆

시간 │ 11:30 - 20:30 (매주 일 휴무)

*15:30 - 17:00 브레이크 타임


Instagram | @sedaemu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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