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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09. 2024

연희동은 예술 맛집도 있어요

서대문구점 063 스페이스 애프터 

063 스페이스 애프터

연희동은 예술 맛집도 있어요


낡은 것과 새로운 것 사이 끊임없는 역동이 일어나는 곳,

지난 2022년 10월 겨울, 연희동에 space æfter(스페이스 애프터)가 문을 열었습니다.


'인간관계와 자연의 매개가 되는 미술'이 궁금하시다면 고즈넉한 연희동 주택가 한편에 위치한 스페이스 애프터 방문을 추천드려요!



‘æfter’의 뜻은 무엇일까?

after의 옛말인 ‘æfter’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에 대한 분류를 뛰어넘어 미술계의 역사를 담는다는 의미를 지닌다고 해요.


기획전과 대관전의 차이를 알고 계시나요?

우리가 전시를 볼 때, 종종 기획전 혹은 소장품 전이라는 글을 마주하는데요. 어떤 점이 다른지 궁금하셨죠? 이번 기회에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전시는 크게 기획전, 대관전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먼저 기획전은 갤러리에서 작가를 초대하여 개최하는 전시에요. 큐레이터가 관람객과 나누고 싶은 생각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시의성 있는 주제일 수도 있고, 지난달 읽은 책 내용에서 파생될 수도, 얼마 전에 들은 음악에서 시작된 생각일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지난해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한 <나 너의 기억>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시스템 속,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고 어떤 걸 기억할 것인가'하는 질문을 던지는 전시였어요. 물론 한 작가의 생애나 생각을 집중 조명하는 개인전도 많이 합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서울 국제갤러리의 <Lee Ufan>전이나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의 <페터 바이벨: 인지 행위로서의 예술>전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대관전은 작가가 원하는 규모와 날짜에 맞춰 공간을 빌려 하는 전시를 말하는데요. 말 그대로 갤러리는 공간을 빌려주고, 작가는 작가가 원하는 전시를 만드는 형태에요. 이때 작가와 갤러리는 작품 수수료, 도록, 팸플릿, 설치와 같은 세부사항을 조절하며 계약을 한다고 해요.



작품만으로 전시가 되니? 기획력이 같이 가야지.

많은 갤러리가 위치한 연희동의 특성상 갤러리 만의 '특색을 보여주는 기획'이 중요할 듯한데요. 갤러리 만의 기획력이 돋보이는 흥미로운 전시가 있어서 다녀왔습니다.


스페이스 애프터는 '미술에서 물질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주제로 기획전을 이어가고 있어요. 먼저 첫 번째 전시를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 전시 《 Wild Wild Matter 》은 물질 중 ‘신체’를 주제로 하여 고등어, 이소요 작가의 2인 전을 열었어요. 우리는 신체를 거름망 삼아 모든 감각을 받아들이는데, 인간 신체, 정신과 육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세계를 바라보면 어떨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전시였어요. 신체라는 물질을 미술로 들여다본다면 어떨까요?


이소요 작가는 <원형보존>작품에선 “하수관에 그냥 흘려보내도 된다"라는 규칙에 따라 버려지는 표본들의 모습을 보며 '살아있는 인간의 신체뿐만 아니라 이미 죽어 있는 표본에서도 변화가 일어난다.'라는 생각을 했다고 해요. 고등어 작가는 우리가 경험한 일이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각인되어 신체의 "구축과 파괴"가 반복되는 점과 치료 방식에 주목했어요. 이소요 작가의 시작을 알 수 있는 점과 신체 표본으로서의 인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 점과 갤러리에 비치된 라이트로 작품을 비추며 실제로 번개가 치는 시간을 마주한 듯 관람할 수 있는 점이 재밌게 다가오는 전시였어요.



두 번째 기획전 《 NO GEOGRAPHY 》 북한에서 온 소금을 맛보시겠어요?

두 번째 전시 《 NO GEOGRAPHY 》는 '물질'과 미술의 관계를 고찰하는 전시에요. 인간과 자연의 사이에서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할까요? 자연과 인간 사이 미술은 맛으로, 눈으로, 흔적으로, 감촉으로, 소리로, 즉 모든 감각으로 존재하는데요. 미술로 '인간이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자연에 행하는 '인간 행동의 부조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에요.


작가 최선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파괴로 방사능 오염물질이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는 뉴스 보도를 접한 것" 을 계기로 소금 작업을 시작했어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미료인 소금은 바다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화, 즉 '인간의 사건'이 누적된 물질이에요.


작가는 소금이 인간에게 지닌 유용함 너머 차별, 탐욕, 경계, 만남 등 복잡한 의미를 가진 오브제라는 점에 주목해 요코하마, 진도, 고성 등 여러 곳에서 바닷물을 직접 채취해 소금을 만들고 있어요.


이번 전시에선 고성에서 채취한 바닷물로 소금을 만들었어요. 고성의 바다는 조금 전 북한의 바다였던 해류로 이루어져 있죠. 인간이 만든 경계는 바다라는 흐름 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고, 인간이 만든 사건들 또한 녹아있어요. 전시장 안에서 소금을 먹고, 보고, 밟는 경험으로 소금 안에 결국 인간 스스로 자연에 종속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실제로 전시 오프닝에서 삶은 계란에 고성 바닷물로 만든 소금을 찍어 먹었다고 해요. 계란은 없지만 고성의 소금을 맛보는 신선한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박형렬의 이미지에 나타난 바다와 땅에 주목하는 작가에요. 하나의 간척지가 만들어질 때, 간척지는 주변의 산을 자르고 파헤쳐서 얻은 흙과 돌로 구성되고 주변의 산은 자르고 파헤쳐 지죠. 작가는 이런 점에 주목하여 인간의 개발로 인해 잘리거나 파괴된 자연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번 전시의 <A Cross Section of a Mountain> 시리즈는 잘린 산의 형상과 단면으로 대상화된 자연과 근대적 폭력성에 대해 묻고 있어요. 사진과 오브제를 통해 드러나는 작가의 생각을 엿보며 서해, 남해에 있는 수많은 간척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시간 | 12:00 - 19:00 (매주 월요일 휴관)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5길 64 B1

위치 | 연희동 주택가 골목 사이


Instagram | @sedaemu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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