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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09. 2024

문이 열리는 순간 알았어요, 여기는 맛집이란 것을

서대문구점 126 모돌이순대국


| 126 모돌이순대국

문이 열리는 순간 알았어요,

여기는 맛집이란 것을


사람들은 모르긴 몰라도 가게 문을 열 때, 그 가게가 품고 있는 분위기를 댓바람에 알아차리게 될 겁니다. 사장님의 취향이 담긴 인테리어, 일하고 계신 분들의 표정, 공간 안의 사람들의 다양한 소리가 어우러진 분위기가 이곳이 어떤 곳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모돌이순대국으로 향하던 여정을 떠올려 봅니다. 저에게 북아현동은 생소한 동네였기에 모돌이 순대국으로 향하는 길목이 꺾어질 때마다 새롭게 펼쳐지는 광경을 구경하느라 즐거웠던 마음뿐이었습니다. 기대감을 품고 길을 걸어서인지, 그날따라 배가 고파서인지 몰라도 모돌이 순대국집의 문을 열 때 느꼈던 저의 느낌은 ‘여기는 진짜 맛집이네’ 였습니다.



단지가 아닌 동네


효율이 사회의 핵심 키워드였던 때, 도시는 효율적인 주거 환경을 위해 대규모 단지형 아파트를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주거 밀집 직역이었던 북아현동 역시 효율의 바람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필지가 북아현뉴타운 사업으로 묶이면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앞으로도 더 많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아파트도 누군가 사는 곳이기에, 공간 자체의 존재 이유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이웃 간의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질 수 없도록 설계될 테고 도시의 실핏줄과 같던 골목길도 사람보다 자동차를 위한 도로로 변화되어 갈 것입니다.



제가 다녀온 북아현동은 동네와 단지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북아현뉴타운 사업이 아직 진행 중이기에 골목마다 이야기가 담겨있는 가게와 사람들의 활기가 펼쳐졌습니다. 모돌이 순대국은 마치 그 동네의 식사를 담당하는 곳처럼 사람들이 북적였습니다.


제가 방문했던 날은 새로 들어온 손님마다 앉아 계신 다른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정겨운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했지만, 과거로 돌아가자거나 사라진 ‘정’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도시의 익명성 속에 숨어 지내는 삶에 익숙합니다. 다만 이 땅의 변화가 사람들의 변화보다 빨랐고, 그 변화가 일으키는 회전이 사람들로 하여금 무언가를 놓치게끔 하는 원심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놓친 게 무엇인지 더 많은 가게를 기록하다 보면 알게 될까요?



다시 돌아와 순대국 이야기


순댓국집 소개하다가 진지함에 빠져버렸는데, 다시 돌아와 ‘모돌이 순대국’을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곳은 추측건대, 2시부터 4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것을 보면 단체 손님과 대기인원이 많을 것으로 보입니다. 쉬어야 할 정도로 가게가 바쁘다는 이야기겠지요. 4인석 테이블이 열다섯 개가량 놓여있는 이곳은 제가 방문했던 일요일 늦은 점심때에도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국물은 돼지고기 육수로, 진함보다는 깊고 깔끔한 맛이었습니다. 순댓국에 들어있는 고기도 상당히 많았는데 고기만 먹어도 배가 부를 정도였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좋았던 것은 섞박지와 김치의 맛. 사람마다 김치 호불호가 있을 텐데, 저는 푹 익은 김치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이곳 김치의 숙성 정도가 저에게는 딱 맞아 여러 번 김치를 리필해서 먹었습니다.


가게가 문을 연 지 30년 가까이 되셨다고 하는데, 역시 그 내공이 느껴지는 맛이었습니다. 북아현동이라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가셔야겠지만, 오래된 동네의 정취와 군데군데 높이 솟은 아파트의 이질감 사이 자리한 맛집이 궁금하시다면 북아현동 여행을 떠나보세요.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134-5

위치ㅣ아현역2번출구에서 우리은행 끼고 좌회전 후 직진

시간ㅣ11:00 - 21:00 (매주 토요일 휴무)

 *Break Time 14:00 - 16:00

 *Last Ordrer 20:30 까지


Instagram | @sedaemu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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