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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대문구점 Mar 31. 2024

내가 만든 가구, 나를 위해 조립했지

서대문구점 129 연희동 '연희목공방'

129 연희목공방

내가 만든 가구 나를 위해 조립했지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퇴근길 버스의 차창 너머 어스름이 젖은  연희동 104 고지에 유난히 밝은 빛으로 시선을 끌어당기는 공간이 있다. 어떤 공간일까, 적갈색 어닝 위 새겨진 간판을 눈으로 훑고는 한 마마디 되뇌어본다. ‘연희 목공방… 목공이나 배워볼까’


우연히 발견한 목공방 창 틈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사람들의 분주함이 뿜어내는 불씨가 나에게서 우연한 다짐을 받아낸다. 연희목공방, 목공 클래스에 참여한 한 참가자가 연희목공방을 알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내게 건넨 대답이었다.



이재범 대표는 2021년 7월, 연희 목공방을 오픈했다. 그는 2019년 처음 목공을 배우고, 지금의 자리를 찾기 위해 서울 전체를 뒤졌다고 한다. 목공방은 입지 조건이 작은 상점들과 달리 까다로운 편이다. 소음이 크게 발생하는 탓에 상가와 주택이 많은 골목에 자리 잡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첫 번째다. 게다가 목공에 필요한 기계들은 가정용 220v로 작동되지 않기 때문에, 공업용 수준의 380v 전압 설비가 갖춰져 있어야만 한다. 연희 목공방은 꼭 연희동을 거점으로 삼으려던 것은 아니었지만, 모래내 고가가 지나 밤중에도 차 소리가 끊이지 않고, 뒤편으로는 경의 중앙선이 통과하는 연희동 104 고지는 목공방에게 있어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사람들은 제 손으로 도구와 재료를 다루고,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까지 그럴싸한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둘러보면 핸드빌딩이나 터프팅, 그림 등 다양한 원데이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사람들은 어렵게 쪼갠 시간을 이용해 수업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배움의 욕망을 충족한다.



하지만 무언가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긴 숙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중 목공은 단단한 나무를 자르고 깎아내기 위해 날카로운 기계를 사용해야 하는 탓에, 간단한 그림이나 가죽보다 더 기나긴 시간을 갈고닦아야만 한다. 물론 가볍게 썰고 다듬는 방식으로 만들 수 있는 책갈피나 도마 등은 단시간에 완성할 수 있으나, 목공을 꿈꾸는 사람의 마음은 작은 스케일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책상이나 의자, 책장처럼 자신의 공간과 마음에 맞는 규모를 꿈꿀 것이다.

 


연희 목공방은 주문 제작 가구와 입문자를 위한 목공 클래스를 운영한다. 연희동의 스탠딩 타코와 한나 책방의 가구도 연희 목공방의 솜씨이다. 주문 제작은 네모반듯하지 않은 벽체에 꼭 맞는 선반을 재단해 끼워 넣을 때 용의 하다. 오래된 건물이 많아 대지 조건이 네모반듯하지 않은 서대문구의 가게들에는 주문 제작 가구가 꼭 맞는 방식일 것이다. 가게뿐만 아니라, 은퇴를 앞둔 부부의 책장이나 젊은 부부가 몸을 뉠 원목 침대 프레임과 아기가 잠들 요람도 제작한 바 있다. 제각기 다른 키와 체형 탓에, 기존 제품의 크기가 맞지 않다면 주문 제작 가구를 고려해 보는 것도 나를 위한 선물이 될 것이다.


목공 클래스는 일주일에 두 번, 수요일과 토요일에 맞춰 한 달 과정으로 진행된다. 수업은 입문자를 위한 수준으로, 삼발이 협탁이나 데니쉬 코드 스툴, 책장 한편에 넣어두어도 좋을 작은 원목 스피커를 만들어볼 수 있다. 이중 한 가지 과정을 거치면 본인이 만들고 싶은 가구를 제작해 볼 수 있다. 수강생은 수업을 진행하는 목수님에게 제작에 필요한 도면화와 구조화를 도움받을 수 있다. 수강료는 35만 원. 재료비는 별도이기에 큰마음을 먹어야만 하는 금액은 분명하다. 하지만 참여한 수강생들 대부분이 몇 개월 동안 톱밥 사이에서 나무와 씨름하며 자신만의 가구를 만들어가는 것을 보면, 목공이 가진 매력의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한 수강생이 눈에 띄었다. 그는 지팡이를 만들고 있었다. 사용자가 지팡이의 손잡이를 움켜쥐었을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사포로 다듬고 쥐어보기를 반복했다. 그는 다리를 다친 친구에게 선물하기 위해 지팡이를 만드는 중이라고 했다. 지팡이가 필요한 친구에게 지팡이를 사주겠다 마음먹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만들어주겠다며 행동에 나서는 것은 어떤 일일까. 아끼는 사람의 체형이나 조건에 꼭 맞는 무언가를 선물해 주고 싶은 마음,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는 일. 그것이 목공의 매력이 아닐까.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20-34

위치ㅣ연희동 104고지 정류장, 연남동 방면

시간ㅣ09:00 - 18:00 (매주 일요일 휴무)


*One Month class (한 달 과정 - 초급반)

수 14:00 ~ 17:00 (5명), 19:00 ~ 22:00 (5명)

토 10:00 ~ 13:00 (5명), 14:00 ~ 17:00 (5명)


Shop | @yeonhee_woodwork

Edit   | @seodaemun.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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