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인터뷰, 그랬구나 With 다정한 마음, 정다정 사장님
Interviewee | @dajeong_han_maeum Editor | @geumtoil__
먹는 이의 만족을 바라며 차린 집밥은 유독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바쁜 현대 사회에서 점차 그 모습을 감췄습니다. 모든 집안일을 혼자 처리해야만 하는 1인 가구에겐 아침에 눈 뜨는 일조차 버거운 터라, 자신의 끼니를 지어먹는 일에 선뜻 시간을 쓰기 어려워 보이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주변의 대다수 자취생들의 식탁만 살펴봐도 주로 배달을 시키거나 간편하게 조리 가능한 밀키트로 끼니를 챙기는 일이 이제는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끼니마저 외주를 줄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집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홍제천 근처의 식당 ‘다정한 마음'은 요즘 좀처럼 구하기 어려운 신선한 재료를 이용해 여러 종류의 김밥과 각종 집밥 메뉴를 선보입니다. 이곳은 앞으로 다가올 집밥의 미래를 기대하며 ‘컨템포러리 (Contemporary)’라는 다소 거창하면서도 농담 섞인 소개와 함께 정성껏 요리합니다. 우리 세대 사람들이 먹었으면 하는 집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서요. 여러 재료를 김과 밥 위에 아우르며 돌돌 말린 김밥을 가지고 말이죠.
요즘 보기 드문 ‘집밥'을 하고 계신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어떤 관점에서 ‘다정한 마음'을 준비하셨나요? 오랜 기간 외식 관련 일을 해오면서 문득 ‘집밥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부터 주위를 둘러보니 흔히 ‘집밥'이라고 부르는 백반집은 거의 할머니들이 하고 계시더라고요. 상황이 그렇다 보니 10년 혹은 20년 후, ‘우리는 어떤 밥을 먹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다다랐어요. ‘다정한 마음'은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점점 스스로 음식을 해먹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으니까요.
집밥은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인데, 예전부터 요리를 해오셨나요? 요리에 관심이 많았지만 정식으로 배운 것은 아니었어요. 돌이켜보면 저희 어머니는 제가 어릴 적부터 가게를 쭉 해오셨어요. 그래서 가게 일은 어려서부터 제게 익숙한 일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내심 요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왔나 봐요. 요리하는 방법은 원데이 클래스에 참여해 본다거나, 요리책을 본다거나 자주 먹으러 다니면서 배웠어요.
바리스타를 2년에서 3년 정도 했어요. 커피를 공부하면 향을 맡고 그것을 인식하는 법을 배우는데, 그게 요리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었어요.
정식으로 배우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가게 소개에 ‘컨템포러리'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컨템포러리라는 단어는 주로 식당에서는 사용하지 않잖아요. 다소 장난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거창하게 이름 지어봤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컨템포러리한 가게가 되고 싶다는 염원이 담겨있더라고요. 우리 세대 젊은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먹을 집밥이 '이래야 한다' 혹은 '이랬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꼭 김밥이 아니더라도 다른 메뉴들도 '컨템포러리'라는 맥락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년 전 마하키친의 셰프님과 개인적으로 인연이 생겨서 종종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되었어요. ‘봉금의 뜰’은 그분의 소개로 알게 되었죠. 아무래도 제가 요리를 하고 싶어 하니까 관련 정보를 전해주시곤 하셨거든요. 그곳에서 농부님 일을 도와드리면서 밭일을 경험해 볼 수 있어요.
매주 화요일,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봉금의 뜰'에 다녀오시더라고요.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되었나요?
다정한 마음의 그릇에는 유독 신선한 야채가 눈에 띕니다. 직접 밭에서 농사에 참여하는 일이 요리하는 데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처음에는 단순히 밭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구경하면서 일손을 보태려고 시작했어요. 주업이 있다 보니 자주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단순히 시작한 마음 그 이상으로 저에게 큰 영향이 있더라고요. ‘봉금의 뜰' 주변으로 생산자와 유통자, 소비자가 서로 상생하는 관계를 가진 구조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곳은 로컬 푸드 지점을 중심으로 일정 반경 내의 생산자들의 재료를 판매하는데, 농부가 직접 가격을 책정하기도 해요. 소비자는 농약 검출 검증을 거친 신선한 재료를 저렴하게 접할 수 있어서 좋죠.
그곳엔 로컬 재료들의 신선한 풍요로움과 보통의 마트에서 구하기 어려운 품종도 있어요. 보통 우리 식탁 위로 오르는 재료들은 유통에 편리한 품종들만 유통되니까요. 게다가 저는 도시 사람이라 수확의 기쁨이나 농사의 과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데, 그 경험 덕분에 요리에 앞서 재료를 대할 때 조금 더 자연스러워진다고 해야 할까요? 맛과 향에 대해서 조금 더 다양하게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해요.
김밥은 햄버거, 아이스크림, 솜사탕처럼 상상만 해도 즐거워지는 음식이니까. 다 같이 즐거우면 좋은 거니까. 연희동 다정한 마음에는 다녀가는 손님에게 즐겁고 편안한, 그리고 건강하게 식사를 나누고 싶은 마음을 김과 밥 위에 말아 올립니다.
김밥의 주재료이자 이름 그 자체인 김과 밥은 그 안에 담긴 다른 재료를 편견 없이 품어 줍니다. 그리고 한입에 쏙, 손쉽게 입에 넣을 수 있고 휴대도 간편하죠. 다정한 마음은 김밥 같은 가게가 같아요. 그래서 사장님은 한마디로 ‘찾아오기 쉬운 동네 밥집'이 되었으면 하신다고 해요. 채식과 육식, 어른과 아이, 노인과 청년을 가름하지 않고 누구든 찾아올 수 있는 편안한 집밥을 선보이고 싶다고.
시간 | 09:00 - 20:00 / 주말 18:00까지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727, 1층
위치 | 연희 지하차도 지나, 홍제천 근처
*(매주 화, 매월 첫 번째 월 휴무)
*Break Time : 16:00 -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