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한 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서대문구점 114 | 연희동 함께 만들어가는 서점, 썸데이북스
글&사진 @seodaemun.9 가게 @someday_books_
만약 내가 갖고 있는 작은 재능과 환경을 활용해서 다른 사람들의 ‘꿈의 시동’을 걸어줄 수 있다면, 그 일은 얼마나 즐겁고 뿌듯한 프로젝트가 될까요? 연희동의 ‘썸데이북스’는 서점이나 쇼룸처럼 '언젠가' 자신만의 공간을 운영하고 싶은 분들이, 이 공간의 주인입니다. 비밀스러운 북카페 ‘페잇퍼’의 사장님께서 그 건물의 한 동을 비우고, 그 한 동의 책장 한 칸을 임대하는 형식이죠. 일종의 책장이 하나의 상가라면, 책장 한 칸이 그 상가에 입점해있는 작은 서점이나 쇼룸인 샘이죠.
책장 한 칸 정도는 할 수 있잖아요
썸데이북스를 운영하게 된 계기에 관해 물었을 때, 김민정 사장님께서 해주셨던 한마디가 이 공간의 모든 것을 설명해 준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은 실패를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여 주지 않는 분위기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원치 않는 일을 하면서도, 자신이 꿈꾸던 공간을 덜컥 열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썸데이북스의 책장 한 칸 임대는 부담 없이 작게 시작해볼 수 있게끔 등을 떠밀어주는 한편,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하는 일종의 '상가 번영회'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뜻깊은 공간입니다.
자연스럽게 노하우를 나누는 커뮤니티
층마다 작은 평수지만 2개 층에 빼곡히 들어선 썸데이북스의 책장에는 약 마흔 개 가량의 개인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요. 입점이라는 단어가 괜스레 거창해 보일 수 있지만, 하나의 상가처럼 책장을 운영하시는 사장님은 단체 채팅방 ‘썸데이북스 상가번영회’를 운영하며 상가와 입점 브랜드가 함께 즐거우면서도 경험하며, 나아가 이득을 얻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갑니다.
단체 채팅방에서는 브랜드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SNS 채널 운영 방법과 기능 사용법, 구글 폼과 같은 기본 툴에 대한 사용방법 공유부터, 썸데이북스의 운영 방식 논의까지 다양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작 책장 하나에 거창한 상가라니, 귀여움에 웃음이 새어나옵니다. 하지만 책장 한 칸마다 담겨있는 정성과 메시지를 살펴보면 부스를 꾸미면서 운영자들이 지었을 진중한 표정이 떠오르는 것만 같아요. 감응하지 않을 수 없는 정성. 자연스레 응원을 보내게 되더라고요.
이 공간의 특이점, 매일 생성되는 비밀번호
페잇퍼와 한 건물에 있는 썸데이북스 역시 매일 새롭게 변경되는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입장할 수 있어요. 올해 2월, 페잇퍼를 취재해야겠다고 다짐했던 포인트이기도 한데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있는 링크를 확인하거나, 입구 앞 QR코드에 접속하면 됩니다. 회원이시라면 로그인을, 비회원이라면 휴대전화 번호와 본인이 확인할 수 있는 6자리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당일 비밀번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 방문했거나,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썸데이북스의 비밀번호 시스템이 불편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만큼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라도 이 공간을 이용하고 싶어 입장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이라면,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다른 공간과 다른 분위기를 낼 것만 같아요.
다들 언젠가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은 일이 있잖아요. 돈이 많이들 것 같아서, 이루고 싶은 꿈이 너무 멀고 그 꿈을 향해 다가가려면 아득하기만 해서 미루고 있는 것들요. 썸데이북스에 모이신 개인 브랜드들은 작지만 그 어려운 첫발을 내딛으신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언젠가는 누구나 나름대로의 창업을 해야한다고 생각하고요. 남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분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썸데이북스를 살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사장님이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121-17, 1층
위치 | GS25 연희점 근처
시간 | 13:00 - 20:00 (매주 월,목요일 휴무)
*책장 이용료는 월 5만원, 3개월 12만원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