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점 142 | 북아현동 카페 '카페 침묵'
글&사진 @seodaemun.9 가게 @etudes6
어느 날, 친구들이 우르르 내 집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모임이었지만, 나는 반가운 마음으로 친구들을 맞이했다. 한 잔, 두 잔 자리가 무르익을 즈음, 예고도 없이 찾아와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친구가 대뜸 말을 꺼냈다. "우리가 집에 가면, 침묵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야,"라고 말하면서, 미안한 마음을 대신 표현한 것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후, 친구들이 떠나자 집은 고요해졌고, 음악처럼, 대화소리처럼 아름다운 침묵의 소리가 찾아왔다. 친구가 선물해준 한 문장 덕분에 나는 침묵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침묵의 아름다움에 대해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는 세상이다. 가뜩이나 소란스러운 세상은 매일 흉흉한 사건과 내란성 진통, 전쟁 소식으로 가득 차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말하기보다는 들어야 한다. 경청은 내 안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나는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그것이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자, 대화가 금지된 ‘카페 침묵’에서 느낄 수 있는 내면의 소리일지도 모른다.
‘카페 침묵’은 북아현동 아파트 단지와 대로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있는 골목에 자리해있다. 진한 녹색의 묵직한 미닫이 문을 열고들어가기 전, 이곳이 어떤 공간인지 설명하는 안내판이 적혀져있다. 크레파스로 한 자씩 적어 놓은 안내문은 무심하지만 따뜻한 인상이다.
입장료 1만원에 기본 이용시간 2시간, 음료 1잔을 마실 수 있고 음료는 드립커피, 차, 맥주 등을 마실 수 있다. 가게에 들어가 원하는 자리에 착석하면 사장님께서 매장 이용방법이 적힌 안내판 겸 메뉴판을 가져다 주신다. 처음 방문한 분들을 위한 설명과 안내 사항이 적혀있다. 안내판에 적힌 야트막한 규칙을 넘고나면 사장님이 이 공간을 ‘침묵’과 함께하는 카페로 구성하였는지 적어두었다. 마치 편지 글 같다.
카페를 좋아합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앞에 놓고 조용히 책 읽는 걸 가장 좋아합니다. 커피가 맛있고 음악까지 좋다면 더 바랄 게 없죠.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옆자리 손님에 따라 그날의 카페는 천국이 되기도 하고 지옥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주 오래전부터 침묵카페'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반드시 조용히 뭘 수 있다"가 가능한 곳 말입니다. 아무도 하지 않아서 제가 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에 오면 반드시 조용히 쉴 수 있습니다. 조용히 카페를 즐길 수 있습니다. 조용히 커피를 마시거나 조용히 책을 읽거나 조용히 음악을 듣거나 조용히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옆자리 손님이 적이 아니라 동지가 됩니다.
그런 곳을 만들었습니다. 침묵할 수 있다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몇 가지 규칙을 정했습니다. 주인장의 취향이 아니라 "이곳에 오면 반드시 조용히 쉴 수 있기 위해서"입니다.
카페 침묵이라고 해서 적막한 것은 아니다. 벽장 한 편을 가득 매운 클래식 CD와 오디오 기기에서,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온다. 음악은 주로 다이나믹한 구성으로 자기 주장이 센 음악이 아니라, 악기가 악기를 받아주는 식의 조화로운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카페를 떠날 때, 나는 그곳에서 느꼈던 고요한 시간을 되새기며 나왔다. 일상 속에서 쉽게 잊혀지는 침묵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스스로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소음과 분주함이 가득한 세상에서 잠시 멈춰 서서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아늑한 장소에서.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신촌로31안길 3 1층
위치ㅣ아현역 1번 출구에서 5분 거리
시간ㅣ13:00 - 21:00 (매주 월,화요일 휴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