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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레트로를 차렸다

이대 추억의 카페 ‘다방방’

by 서대문구점

글&사진 @seodaemun.9 가게 @dabangbang.coffee



작은 가게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이대 골목 안쪽,작은 카페 ‘다방방’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오래된 다방에서 흘러나올 법한 음악과 함께 따뜻한 조명, 손때 묻은 가구들이 반겨준다. 다방방은 스물세 살, 사회 초년의 문턱에서 아직 방황 중인 또래들이 많은 이 시기에 그가 한 걸음 먼저 그려낸 자신만의 공간이다. 이곳은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함께 황학시장을 다니며 가구를 고르고, 오래된 의자 하나에도 이야기를 붙이며 구상해 온 상상이 현실이 된 곳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었다. 하루하루 마주하는 손님들의 반응 속에서 웃고 울며 조금씩 단단해졌다. 음료 한 잔에도 진심을 담고, “옛날 다방 같아 좋다”는 손님의 말에 다시 힘을 얻는 하루. 친구들이 사회 초년의 문턱에서 고민을 이어갈 때, 그는 자신의 리듬대로 천천히 책임을 다져가고 있다.



또래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계신 것 같아요.
네, 친구들도 각자 다른 방식으로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에 다니거나 사회생활을 막 시작한 친구들도 있고요. 저희는 만나면 자연스럽게 ‘일’ 얘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누구는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했는지,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그런 이야기요.


인문계 친구들과는 과제나 수업 얘기를 나누는 편인데, 제 주변 친구들과는 직장 이야기나 일에 대한 얘기가 더 많아요.


다만 제가 느끼는 책임감은 조금 결이 다른 것 같아요. 친구들은 회사에 소속돼서 정해진 월급을 받는 구조잖아요. 저는 가게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달라지고, 그에 따른 세금이나 비용도 다 제가 직접 책임져야 하니까요. 모든 게 제 몫이라는 게 확실히 달라요.



부담감도 적지 않으셨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해소하세요?
주변 사람들한테 진짜 많이 의지해요. 실무적인 조언은 저보다 나이가 많고 자영업을 오래 하신 분들에게 듣고, 마케팅이나 요즘 트렌드는 친구들한테 물어보는 편이에요. 위로가 필요할 땐 그냥 마음 편한 친구를 찾아가서 얘기 나누고요. 어떤 고민을 누구와 나누는 게 좋을지를 스스로 구분해서 잘 나누는 편이에요.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친구들 반응은 어땠나요?
대단하다고 말해주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걱정이 컸어요. 스물세 살에 가게를 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래도 “하고 싶던 일이니까 파이팅 해” 하면서 다들 응원 많이 해줬어요. 뜯어말리는 친구는 없었고요.



지금은 8개월 차인데, 친구들의 반응도 달라졌을까요?
예전엔 힘든 얘기를 잘 안 했는데, 요즘은 가끔 털어놓기도 해요. 그러면 걱정도 해주고, 퇴근 후에 밥 먹으러 와주거나 쉬는 날 드라이브 같이 가주는 친구들도 생겼어요. 그런 게 진짜 고맙죠.


손님들 반응은 어떤가요?

제 나이를 듣고 놀라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나이에 이런 콘셉트로 가게를 냈다고요?” 하고요. 젊은 손님들은 “완전 레트로다!” 하면서 사진 찍어주시고, 직장인 분들은 예전 다방 생각난다며 추억 얘기도 많이 나누세요. 그게 제가 기대했던 반응이에요.



반면, 손님 때문에 힘든 순간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럼요. 음료 하나로 네 분이 오래 자리를 차지하실 때나, 자리 수가 많지 않아서 혼자 오래 계시면 속상할 때도 있어요. 또 메뉴에 대해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식으로 무례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여러 손님들 의견을 반영해서 만든 건데, 그런 말은 좀 힘들게 들릴 때가 있어요.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요?
어제요! 손님이 음료 드시면서 “너무 맛있다”는 혼잣말을 하셨는데, 그게 너무 감동이었어요. 그게 제가 이 가게를 하고 싶었던 이유거든요. 제가 만든 공간에서, 손님이 행복해지는 걸 보면 진짜 기뻐요.


그 메뉴가 뭐였어요?
망고파르페요. 어떤 손님은 릴스를 보고 일부러 찾아오셨는데, “이 나이에 이렇게 하다니 대단하다”고 말씀해 주셨어요. 그런 말 하나에도 힘이 나요.



이 공간의 콘셉트는 어떻게 구상하게 되었나요?
원래는 따뜻한 우드톤의 사랑방 같은 느낌을 상상했어요. 그러다가 ‘사랑방’이라는 단어 자체가 레트로 느낌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방 콘셉트로 발전시켰어요. 할머니, 할아버지랑 얘기 많이 나눴는데, 특히 할아버지랑 황학시장 가서 직접 의자도 고르고 공간도 함께 구상했거든요. 그래서 더 애정이 많이 가요.


단기적, 장기적으로 어떤 계획을 하고 계세요?
단기적으로는 가게를 꾸준히 잘 운영하는 게 목표고요, 시즌 메뉴나 맥주 같은 것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다방방 시즌 2’처럼 더 넓은 공간에서 이 콘셉트를 이어가고 싶어요. 을지로나 종로 같은 동네도 재밌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이 공간이 사람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었으면 하나요?
어른 세대에게는 옛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 젊은 세대에게는 “옛날에 이런 카페가 있었구나” 싶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누구든 편하게 머물다 갈 수 있는 곳, 음악 들으며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주소ㅣ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길 88-13 1층 101호

위치ㅣ이대역 52번가 골목

시간ㅣ10:00 - 20:00 (매주 일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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