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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통 시키려고 했는데 곱빼기 시켜버렸네 결국…

서대문구점 144 | 이대 옛날 짜장 고수의 집 ‘효동각’

by 서대문구점

글&사진 @seodaemun.9 가게 효동각 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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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사람은 누구라도 만나보는 편이지만, 음식만큼은 ‘늘 먹던 것’을 먹는 편이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면 늘 무난한 메뉴를 고르고, 남기지 않을 만큼만 주문하려 한다. 그런데 ‘진리’의 짜장면이라면, 게다가 ‘3대 천왕’에 나온 짜장면집이라면, 곱빼기를 주문하지 않을 수 있을까.


‘효동각’은 ‘3대 천왕’에도 출연했고, 서울 3대 짜장면집으로도 불린다. 어떤 수식어가 먼저였는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그런 것에는 개의치 않고 혼자서 묵묵히 짜장을 만든다.


혼자 일하는 사장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효동각에는 특별한 룰이 있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서빙은 호출에 맞춰 손님이 가지러 가야 하며, 식기 반납은 셀프로 해야 한다. 처음 보는 사람은 조금 낯설 법도 한데, 손님들은 이 모든 과정을 자연스럽게 해낸다. 돕고 사는 일이 당연해진, 그런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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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동각은 오직 짜장면 하나만 판다. 영업시간도 11시 50분에 열어 2시 30분에 마감한다. 이쯤 되면 힙합이다. 평점을 매기는 사이트에 다소 박한 평가가 남아 있기도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묵묵히 자신의 방식을 이어가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힙합의 정신이 느껴진다.


이곳의 짜장은 굳이 범주를 나누자면 ‘옛날 손짜장’ 혹은 ‘비건 짜장’에 가깝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치킨스톡을 듬뿍 넣은 짜장면과 달리, 야채로만 맛을 낸 덕분에 먹고 나서도 입안이 깔끔하다. 점심에 짜장면을 먹으면 저녁까지 배가 더부룩한 경우가 많은데, 곱빼기를 먹고도 속이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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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음악에도 깊은 관심이 있어 보인다. 작동하지는 않지만 여러 대의 턴테이블과 앰프가 놓여 있고, 가게 안에서는 쉽게 선곡하기 어려운 음악이 흐른다. 기억이 희미하지만 클래식이었는지, 라틴 계열 음악이었는지 궁금해서라도 다시 방문해봐야겠다.


요즘 같지 않은 이 공간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나올 수 있었다. 상품같은 친절이나 최대 이익을 위한 메뉴 구성이 없어서 더욱 인간적으로 다가왔다. 욕심을 냈다면 직원을 고용하고 영업시간을 늘리며 사이드 메뉴로 객단가를 높일 수도 있었겠지만, 사장님은 무리하지 않았다. 그저 필요한 만큼의 리듬으로, 꾸준히 짜장면을 만들어가고 계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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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ㅣ서울 서대문구 대신동 50-2

위치ㅣ버스타고 '이대후문'에서 내리세요!

시간ㅣ11:50 - 14:30 (매주 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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