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다르게 적힌다.

나 너의 기억 전시 후기

by 서대문구점

프리즘을 관통한 빛이 수 억 갈래로 물결친다. 하나의 사건을 목격한 수 백 명이 수만 가지의 기억을 내뿜듯이.


나는 아직 8년 전 깜깜한 심해 속에 가라앉은 아이들을 하나의 기억으로 바라보는 게 어렵다. 그들은 내 옆 동네 아이들이었고, 내가 아르바이트하고 있던 가게에 한 번쯤은 왔을지도 모르는 학생이었다. 그리고 수백 개의 꿈을 싣고 가라앉은 그 배는 운 좋게 내 동생들을 무사히 싣고 와준 배였다. 12년 전 3월 적의 폭침으로 가라앉던 천안함 선실에 새겨진 군인들의 손톱자국도 그들의 발버둥 같다. 이렇게 기억은 중첩되어 다르게 적힌다.


슬픔을 강요하지 말라는 의견, 아이를 잃은 사람들의 분노, 그들을 이용하려는 악랄한 자와 이제는 놓아주자는 어른과 침묵을 지키는 사람. 그리고 무관심한 사람까지.

가시처럼 우리들의 목에 걸린 그날은 각자의 중첩된 기억으로 뒤범벅되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8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만 확실한 것 외에는 어떠한 태도도 정하지 못한 나는 그저 자라고 죽어가는 것들을 아끼는 마음으로 이 무거운 기억을 분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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