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낱낱이 하나의 뜻이 녹아져 있는 문자
우리는 매일 수많은 한자단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용하는 단어가 정확히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다. 우리는 이용과 사용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어느 개그프로에서 낙성대 교수 캐릭터를 보며 언어유희에 웃었지만 낙성대의 대 자가 터 대(垈)이고 대학교의 대자는 큰 대(大) 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까? 한자를 모른다고 해서 한국어를 구사하고 작문을 하는 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지만, 그 뜻을 정확히 알고 나면 그 단어의 사고방식과 나아가 철학적인 접근이 가능해 더욱 풍부한 표현들을 구사할 수 있다.
뜻글자는 한번 그 뜻을 정하면, 몇 천년이 지나더라도 그 뜻은 변하지 않는다. 한자가 뜻글자 형태로 발전된 흐름을 보면 한자의 기원인 갑골문자는 상형문자 형태로 발달했다. 갑골문자는 당시 어떠한 사물 하나를 형상화하여 글자 하나씩을 만들었는데, 곧 하나의 뜻을 대표하는 글자였기 때문에 뜻글자가 되었다. 이때의 뜻은 곧 단어의 뜻이었다.
우리나라의 긴 역사 동안 한자는 늘 함께 있었다. 이러한 한자는 우리나라의 오랜 역사 동안 고유 정신과 문화에 깊이 관여하였다. 처음 한자가 들어온 삼국시대 이후부터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은 한자와 함께하였고 수많은 역사적인 기록과 도서, 지명, 사물 등을 한자로 기록되어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다. 이처럼 약 5000천 년의 시간들이 크게 훼손되지 않고 현재까지 우리의 삶 곳곳에 전해져 내려올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의 뜻을 가진 글자가 변함없이 이어져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글은 언어학적 분류에 의하면 소리글자로 분류할 수 있지만 특이하게도 한글은 두 가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주로 소리글자인 고유어를 사용하면 형언할 수 없는 질감이나 감각적인 표현이 가능하고, (사부작사부작, 소복소복 등) 뜻글자인 한자어는 개념이나 사고, 또는 형태를 표현하기에 좋다.
1948년 모든 공용문서를 한글로 쓸 것을 규정한 한글전용 법이 도입된 이후, 우리는 우리 삶에 남아있는 한자어를 여전히 이용하지만 모두 한글로 표기해 한자는 한글의 뒤편으로 감춰져 점점 그 모습을 감췄다.
우리는 자주 쓰지만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는 한자 단어들도 많다. 추진력을 ‘이용’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는 가능한데 추진력을 ‘사용’하여 앞으로 나아갔다는 어딘가 어색하다. 왜일까? 한자를 살펴보면 사용은 使 (부릴 사) 用 (쓸 용)으로 정한 목적이나 기능에 맞게 쓴다는 뜻이고, 이용은 利 (이로울 이)用 (쓸 용)으로 대상을 필요에 따라 이롭게 쓴다는 뜻이다. 즉 사용은 목적에 맞도록 쓰는 것이고, 이용은 어떠한 이로움이 따라오는 쓰임을 말한다. 또,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물리'가 이과의 과목이라 수학과 몇 가지의 공식들만 기억나지만 물리는 사물 물(物) 다스릴 이(理) 즉, 모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현상이나 모든 사물의 이치를 다루는 학문이다.
우리는 한자라는 통로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한 교양과 상식을 넓힐 수 있으며 우리 삶의 양식과 생활 습관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글에는 그 글을 사용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한자를 잘 알고 표현한다면 우리가 평소에 쓰는 수많은 단어의 본질적인 뜻이나, 그 단어로 부르는 정확한 이유를 파악할 수 있으며, 한자의 뿌리와 배경을 살피면 우리말을 풍성하게 살찌우고, 우리 삶과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큰 파도를 맞고, 충분히 쉬지 못한 탓일까요 글을 쓴 계기는 일종의 재기(再起)를 위함이었는데, 아직 에너지가 부족한 모습에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부족하나마 한 글자씩 적어 완성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끝으로 최근 알게 된 고사성어 하나를 전해드립니다.
好馬不吃回頭草 - 좋은 말은 머리를 돌려 자기가 밟고 온 풀은 먹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