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의 형태를 불어넣어둔 가이드 북
우리 할머니는 TV에서 나오는 광고를 ‘선전’이라고 부르신다. 선전은 주의나 주장, 사물의 존재, 효능 따위를 많은 사람이 알고 이해하도록 잘 설명하여 널리 알리는 일인데 그 시대의 미디어 매체의 주요 기능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적어도 대놓고 선전하는 미디어 매체는 찾아보기 어렵다. 모두 소비와 생산을 위한 콘텐츠인 광고를 옮기는 것이 미디어의 주요 기능이 되었다. 그리고 산업혁명 이전 농경사회에서는 ‘소비하다, 소모하다’라는 뜻의 ‘Consume’ 은 ‘파괴하다’라는 뜻이었다. 그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종교나 사상이 지배하던 시대) 소비는 금기시하며 절약하는 소박한 삶을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렸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소비와 생산은 긍정적인 요소로 탈바꿈했다.
나 역시 현시대를 살고 있기 때문에 생산과 소비를 일상처럼 여기며 살고 있다. 소비와 생산을 할 수밖에 없는 현대의 인간이라면, 기왕이면 재밌고 유익하고 알차게 소비해야 하지 않는가? 우리는 가치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다. 값비싸고 생활에 불필요한 물건이더라도 내 삶에 필요하다면 기꺼이 소비하는 것이 우리이다. 또 누군가의 나와 연결된 어떤 것에 대하여 멋진 프로젝트를 기획안이 있다면 우리는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흔쾌히 결제버튼을 누른다.
매거진은 어떠한 주제에 대한 시각과 견해, 다양한 의견들과 가치들을 ‘예쁘게’ 편집하여 우리들에게 제공한다. 그것도 정기적으로 매달 내가 있는 집으로 배달해준다.
내게 맞는 소비에 대한 올바른 가이드라인. 그것이 매거진이다.
내가 좋아하고 가치 있는 것이라면 사라질지언정 과감하게 구매하는 나이다. 물론 나도 적금 넣고 살고 있는 사람이다. 돈을 차곡차곡 모아 안정감을 주는 큰 것 (집이나 차)를 사고 자산을 불리는 것도 하나의 삶으로서 형성될 수 있지만 나의 가치는 의미 있는 생각들과 고민들이 만들어낸 사람들의 시각들을 사는 편이다. 나는 그것들을 소비하면서 이 세상과 나를 연결한다. 내가 현재 구독하고 있는 매거진은 재즈 매거진 ‘MM Jazz’와 브랜드 다큐 ‘매거진 B’를 정기적으로 받아보고 그 외에 취향저격 여행 잡지 ‘Finders’ 등 서점과 인터넷에서 발견되는 내 취향 매거진을 그때그때 구매하여 읽고 있다. 나는 그 속에서 산발적으로 흩어진 내 취향을 하나로 모은 상징물 (아이템)을 발견한다. 그리고 내 공간에 두어 계속 보고 싶다면 구매한다. 내 취향에 대해 철저히 고민해왔기 때문에 느낌이 왔다면 주저하지 않는 편이다. 살까 말까 고민하면 택배만 늦어질 뿐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비는 현대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행위이다. 돈도 그러하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돈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돈을 좇는 사람도, 돈에게서 도망치는 사람도 계속 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다. 왜냐면 돈은 이미 자연물에 속해버렸기 때문이다. 돈, 돈, 돈 하면서 세상을 모두 돈으로 보자는 것은 아니다. 길게 줄 서있는 주말의 한 빵집을 보고 “저기는 돈을 쓸어 담겠다”라는 생각만 들도록 돈에 지배되자는 게 아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기꺼이 줄을 선 사람들은 그 빵집에서 무엇을 봤을까’, ‘버스 5분 기다리는 것도 힘든 주말에 아까운 몇 시간을 기꺼이 기다리는 곳에 사용하는 그 가치는 대체 무엇일까.’ 고민했고, 그 결론은 ‘돈은 자연물이다’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잘 가꾸면서 때로는 조종 (Control) 해야 한다.
요즘 ‘뜬금없는’ 혼종들이 많이 쏟아지고 있다. 순후추 맛 라면, 곰표 치약, 갤럭시 톰브라운 에디션 등. 그저 유행하기 때문에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소비패턴에 대한 분석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뜬금없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특별한 것을 원하고 그것을 SNS에 과시하고 싶어 한다는 흐름을 파악한 아이디어였다. 이러한 흐름을 파악하고 움직이려면 인사이트를 쌓아야 한다.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와 주목하는 이유를 파악해야 한다. 그것에 대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이 미디어 매체이고, 그중 하나의 주제에 대해 심도 깊게 파악해 정리한 간행물이 매거진이다. 나는 매거진을 통해 많은 인사이트를 파악하여 나의 삶과 직업 곳곳에 적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