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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Feb 08. 2018

그대의 온도, 나의 염도

- 이 어려운 소통에 대하여

삶이 어려운 것은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산다는 데 있다. 어릴 때는 내가 꾸는 재미난 꿈에 친구를 초대하고 싶다는 생각도 종종했는데,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임에 접속하듯 하나의 꿈에 여러 명이 접속할 수는 없다. 우리는 독립적인 꿈을 꾸고, 마찬가지로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타인의 하루에 나는 결코 접속할 수 없다.

     

감정은 시시각각 작은 계기에도 쉽게 변하는 것으로, 그걸 맹신하고 싶지는 않지만 인간은 어쩔 수 없는 감정의 동물이다. 하루의 기분이 하루를 결정할 때도 많다. 유난히 힘든 날인데도 가뿐할 때가 있고, 별 부담 없는 하루임에도 괜히 무기력할 때가 있다. 비슷한 날이라도 우리는 어떤 글을 보고, 어떤 자극을 받고,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온도를 체감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는 지점은 여기에 있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또한 다른데 나와 타인의 간극은 어찌할 것인가. 각자 주관적으로 느끼는 하루의 온도라든가 염도로, 그런 각기 다른 하루의 결들을 지니고, 대화가 이루어질 때. 그 격차 앞에서 나는 자주 아득해진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짜고, 어느 날은 상대방이 너무 짜다. 어느 날은 내가 너무 뜨겁고, 어느 날은 그가 너무 차갑다. 둘 다 차가운 하루인데, 상대적으로 따뜻하게 보여서 타인이 부러울 때가 있을 수도 있고, 둘 다 뜨거운 하루인데 상대적으로 상대방이 너무 차가워 보일 때도 있다. 그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삶이거늘. 소통의 방법을 찾을 길이 없다.     


내가 뜨거웠던 날 차가운 타인은 절대 이해되지 않고, 다음날 내가 한참이나 식어서야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내가 차가운 날 너무도 뜨겁던 타인은 내가 뜨거운 어느 날에 이르러서야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이 어려움.      


휘휘 저어 섞일 수 있는 물이 되고 싶은 날. 내 온도와 타인의 온도가 만나, 내 염도와 타인의 염도가 만나, 둘이 정확히 같은 온도와 염도로 맞춰지는 그런 기적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 가끔은 그런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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