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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Mar 27. 2018

삼켜도 소화 안 되는 말

-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너희 잘되라고 그러는 거야.  

하면서 선생님은 손바닥을 때리셨다. 우리가 잘 됐으면 하는 마음이야 있으셨겠지만, 편리한 방법을 택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무한한 애정과, 관심과 인내가 있었다면 30센티 자로 맞는 것 보다 더 잘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우리 평생 가자. 

하면서 건배를 하던 친구도 있었다. 평생 가고 싶다는 마음이야 그 순간 충만했겠지만, 경솔했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 친구는 이제 연락도 안 된다. 무얼 하고 사는 지 소식이나 들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그때의 그 호기로운 마음으로 차라리 술을 샀다면 조금은 더 오래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행복은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하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던 강연자가 있었다. 행복이야 마음먹기에 달린 것일 수도 있지만, 재수 없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그 사람은 타고난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이미 불행하기 힘든 돈과 명예를 가지고 있었다. 그 사람의 인생을 폄하할 마음은 없지만, 늘 무엇인가 결핍된 나에비해 너무나 풍족한 그가 조금은 조심스러워도 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요즘 것들은 싸가지가 없어. 

하면서 인상을 쓰던 어른들이 있었다. 싸가지 없는 요즘 것들이야 셀 수도 없이 많았겠지만, 요즘 것들이 너무 많은 탓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공장에서 만드는 공산품에도 불량률이라는 게 있는데. 사람이라고 불량이 안 나겠냐는 말. 요즘 것들뿐만 아니라 원래 수많은 사람들 중 몇몇은 꼭 싸가지가 없다. 그리고 싸가지를 판별할 수 있는 그 좋은 눈으로 자신에게 좀 엄격해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하면서 꿈을 꾸라는 자기계발서가 있었다. 무작정 포기하는 것 보다야 성공률은 높겠지만, 이루어질 때까지 간절하라고 명령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었다. 간절히 바라고 또 바라도 아무 변화가 없으면, 내 간절했던 시간들은 누가 보상해주지.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간절히 바랐는데도 안 이루어지던데요. 라고 말해본들, 네가 진짜 간절하지 않아서 그래. 그런 속편한 꾸중이나 날아올 것 같았다.     


여자는 말이야. 

하면서 연애 조언을 하던 선배도 있었다. 한, 두 명에게 쯤 먹혔던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런 방법으로 꾈 수 있는 여자라면 그리 멋진 여자는 아니었을 것이다.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제각기 취향으로 사는데 지구에서 숨쉬는 절반의 사람들을 여자라는 이름 하나로 퉁친다는 것이. 너무도 무식한 발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하루 삼십 분만 투자하라. 

면서 자기계발의 묘안을 제시하는 강사가 있었다. 하루 삼십분씩 꾸준히 무언가 한다면야 위대한 성취를 이룰 수도 있겠지만, 나를 너무 모른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매일 삼십분씩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내가 저 단상에 있지 않았을까. 나는 매일매일 꾸준하게는 게임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


그런 생각들을 지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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