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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Jun 10. 2018

'비긴어게인2' 유감

- 자부심과 열등감 사이

나는 한국인으로 살면서 자부심을 가질 때도 있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열등감 같은 것도 가지며 산다. 언제부터 학습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신보다 주변을 더 의식하고, 비교하고, 경쟁하는 극성스런 문화가 개인을 넘어 국가차원에까지 미치는 것일까.     


유튜브를 보면,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 가수의 엄청난 라이브 영상을 틀어주고 반응을 확인하는 영상들이 꽤 있다. 그런 영상들은 조회수도 몇 십만씩을 기록한다. 댓글을 보면 외국인은 한국 가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호기심보다는 한국이라는 소속감으로 그 가수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뿌듯함을 느끼려고 하는 심리가 만연해 보인다.     

한국 과자들을 먹게 하고 그들이 맛있게 먹으면서 Awesome!을 외치는 동영상도 인기폭발이다. 무언가 우리나라의 대단한 문화나 음식에 외국인(특히 백인)들이 감탄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다보면 나는 어느새 알 수 없는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쿡가대표’라는 예능 프로그램도 있었다. 유명 셰프들이 외국으로 날아가서, 외국 요리사들과 요리 대결을 펼치고 승부를 내는 포맷이었다. 잘나가는 듯 보이는 외국 요리사들을 꺾는 한국 셰프들의 모습은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비긴어게인2’를 보면서 나는 매번 그들의 아름다운 음색과 어마무시한 가창력에 감탄하면서도 한편 무시할 수 없는 거부감을 함께 느낀다. 방송은 영악하게, 가수들이 자유로운 버스킹으로 음악의 본질을 다시금 느끼며 즐기는 것처럼 보여준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다. 시청자들에게 압도적인 실력으로 외국인을 깜짝 놀래킬 때의 대리만족을 선사하는 것이 목적은 아닐까. 순수하게 음악을 나누고, 즐긴다기보다는 서양인들 앞에서 우월함을 뽐내는 동양인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내에서 최고라고 평가받는 요리사들, 가수들이 적당히 훌륭한 레스토랑의 셰프들과 평범한 행인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모습은 조금 유치해보이기까지 한다. 한국인으로서의 어설픈 자부심은 일종의 열등감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은지.


박정현의 노래와, 이국적인 풍경에 나는 깊은 행복을 느끼면서, 어쩐지 조금 유감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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