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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Dec 31. 2018

내향적인데요, 외향적입니다.

- 맞은편

다음은 나의 성격이다. 그리고 당신의 성격이기도 하다.     


“당신은 다른 사람들에게 존경받고 높이 평가받을 필요가 있지만, 스스로에게는 비판적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성격에 나약한 측면이 있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사용할 수 있는데 사용하지 않은, 익숙하지 않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당신은 훈련되어 있고 자신감에 차 있지만, 당신의 내면은 주저와 망설임으로 가득 차 있을 수도 있습니다. 종종 당신의 행동이나 말이 잘못되었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의심이 당신을 공격합니다. 일상생활에서 당신은 어느 정도의 불확실성을 좋아하고 변화에 열려 있으며 구속과 제약을 받을 때 잘 견디지 못합니다.     
당신은 자신이 독립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과거에 당신은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완전히 드러내는 것은 지혜롭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대개 당신은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예의 바릅니다. 하지만 동시에 내향적이고 말이 없으며 차갑기도 합니다. 당신의 바람 중에 몇 가지는 조금 비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바넘효과’라는 말이 있다. 나에게만 해당하는 것 같지만 실은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애매한 진실에 대한 용어다. 대부분의 점쟁이들은 바넘효과를 이용해 상대방의 고민을 맞추고, 또 성격을 맞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러 가지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거다. 내향적이기만 한 사람이나 외향적이기만 한 사람은 없다. 나는 내가 아주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밖에 나가 노는 게 싫지는 않다. 길을 걷고, 친구들과 노는 것. 가끔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술 한 잔을 하면서 소통하는 것이 기쁘다. 낯선 여행지에 가서 새로운 음식을 먹을 때도 기쁘고, 격렬한 놀이기구도 즐긴다.     

 

나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궁금해 하는데, 그런 고민을 참 많이 했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일까, 외향적인 사람일까. 누군가는 나를 보면서 참 외향적이라고 하는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내향적인 것 같고. 외향적인가 싶다가도 세상에는 정말 외향적인 사람이 많으니까, 그런 이들을 보면 ‘아, 나는 진정 내향적인 사람이야.’하고 생각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 영화, 음식, 상황, 사람 등. 나는 내 취향에 확신이 있고, 그걸 정확히 알고 있을 때 불안함이 덜하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건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라도 아주 중요했다.     


나는 때때로 밝고 어떤 날은 어둡다. 나는 보통 가볍고 가끔 진지하다. 항상 진지하다가 어쩌다가 가벼워지는 날도 있다. 옛날에는 그게 나만의 혼란스러운 성격인 줄 알았는데, 스무 살 무렵, 누구나 그렇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금 허탈하고, 아쉬웠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서 부터는 내 성격을 상황에 맞게 정확히 분리하려고 애썼다.


내가 쓴 글과 노래들이 대체로 어둡고 우울한 이유는, 내가 보통 그러할 때 글을 쓰고 노래를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정말 기쁘고 행복할 때 글이나 노래를 찾지 않는다. 그냥 행복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무언가 창작할 여유가 없다. 가장 조용하고 외로운 시간, 나는 키보드를 두드린다. 나밖에 없는 방에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른다.      


사람들을 만나면 많이 웃고, 절제하지 못하고 떠든다. 그때에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나는 없다. 그리고 나는 평균의 사람이니까, 내가 그렇듯이 모두가 그럴 것이라는 것도 생각한다.      


나는 밝은 사람을 만나면 늘 그의 어두운 그림자를 상상한다. 나의 웃음만큼 나의 그림자가 깊듯 그의 그림자도 깊고 어두우리라는 것을 안다. 아주 우울한 글을 쓰는 사람을 만나도, 그가 실은 사회에서 누구보다 밝은 웃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마 대체로 나의 추측이 맞아들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면서.     


나의 맞은편에는 ‘너’처럼 보이는 누군가가 있고, 그건 거울속의 ‘너’가 보는 나의 모습일 것이라는 생각. 그러니까 바넘효과가 일러주듯이 누구에게나 양면의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는 법이고, 그 모든 나의 모습을 사랑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 노래를 만들었다.     



맞은편
-
나는 항상 너의 맞은편에
너와 함께 있는데
너를 비추는 모든 거울 속에

때론 엘리베이터에 겹친
거울 속 수많은 너
너의 모든 다른 모습이야

타인의 눈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달의 어두운 뒷면 또 다른 너를

지우려 해도 없어지지 않아
지우려 지우려해도 결국은 포기할 걸

나는 너의 맞은편
거울 속에 있어
너는 왜 나를 못 보니
-
나 너 너 나 또 나 그리고 너 나
또 너 나 나 너 또 너 그리고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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