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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Apr 19. 2019

걸러야 할 사람 그만 찾기

망치를 들면 못으로 보일 때가 있다

‘000한 사람은 무조건 걸러라.’, ‘걸러야 할 사람의 유형’ 같은 이야기를 이렇게 많이 들어본 때가 있었나 싶다. 원래는 피하라거나, 조심하라거나, 무시하라는 표현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제는 아주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걸러야 한다고 한다. 씁쓸하면서도 그동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얼마나 많았다는 것인가, 왜 멀쩡한 사람들을 이렇게 많은 적개심으로 가득 차게 했나. 화도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러야 할 사람을 끊임없이 찾고, 경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타인에게서 오는 불쾌함은 늘 존재하지만 실은 그런 말들에 영향받는 내가 걱정되고 무섭기 때문이다. 오래된 격언 중에, ‘망치를 든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인다.’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거르려는 마음 때문에 내 인생에서 상호작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걸러야 할 사람’과 ‘거르지 않아도 되는 사람’으로 나누게 될 것만 같다. 그런 이분법으로 사람을 사귀고 싶지는 않다.
  
세상에 불변하는 실체는 없다. 현실은 늘 우리의 시각과 해석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모습을 바꾼다. 기가 막히게 우울한 출근길도 시기적절하게 만난 5분짜리 강연 때문에 활력 넘치는 시간이 되기도 하는 것처럼, 사람은 그 자체로 움직이는 감정이다. 우리는 대체로 상대적인 감각 속에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 대한 좋은 해석은 내가 살아가는 공간 또한 좋은 곳으로 만들어 . 경험한 바로, 나에게는 그런 노력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꼰대를 유별나게 싫어하는 사람은 보통 꼰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사람들은 보통 부정적이고, 본인이 언제나 옳다고 믿으며, 조금도 통제받고 싶지 않으려 하, 타인에게 과도한 경계심과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어서 위로든 아래로든 이해심과 포용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해심과 포용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도 답답함을 느끼지만,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고 지위가 낮은 사람에게도 답답함을 느꼈다.
  
과외 회사를 잠깐 다녔을 때, 어떤 동료는 본인이 만나는 학생마다 예의가 없거나, 성격이 유별나다고 했다. 처음에는 정말 학생복이 없구나 했었는데, 사실은 그분이 매사 부정적이고 까탈스러운 분이었다. 타인의 인상과 성격은 어느 정도 나의 몫이라는 걸 그때 조금 배운 기억이 있다.
  
마찬가지로, 걸러야 할 사람과 거르지 않아야 할 사람을 끊임없이 가늠하는 사람은 걸러질 만한 사람이 되기도 쉽다고 생각한다. 그런 시각에는 상대의 부정적인 면을 찾으려는 노력이 수반된다. 연애를 쉽게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상대와 만나야 할 이유보다 만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찾는데 능숙하다고 하던데, 연애뿐만 아니라 누구를 만나든 단점 찾기는 자신에게도 비극을 선물할 수밖에 없다.
  
타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늘 관대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싶다. 세상에는 이른바 걸러야 할 사람이 수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마는 만나기도 전에 거를 사람의 유형을 정하면서 사는 건 조금 더 불행해지는 길인 것 같다. 그리고 사실 타인의 조언보다 중요한 건 내가 살아온 경험의 총체이므로, 거기서 나오는 직관이 더 정확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미리 애쓰지 않아도, 직관은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정확하게 가려준다. 객관적으로 처참한 인격의 사람들은 애쓰지 않아도 멀리하게 되는 법이니까. 나는 함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려고 한다. 누군가에게 꼰대이거나 걸러야 할 사람으로 인식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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