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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Oct 09. 2017

시간이 약이라는 말

- 위로는 어려워

 망각은 약이 될 수 없다.    



위로의 말을 전할 때 흔히 ‘시간이 약이야.’ 라는 말을 쉽게 하게 되는 때가 있다.

이보다 무책임한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시간이 약이 된다는 이 말장난에는 지금 방법이라고는 단 한 가지도 없다는 절망감이 녹아있다.

     

“시간이 약이야.”
=
“안됐네, 그런데 어쩌냐.
지금 거기서 빠져나올 방법은 한 개도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는 걸 누가 모른단 말인가. 당연히 조금씩 잊혀지겠지, 흐려지겠지. 인간이 그런 법이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은 위로가 되지 않는다. 나는 타인의 고통을 알게 되었을 때,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절대 하지 않으려 애쓴다. 그게 너무나 맞는 말이라서, 너무나 해주고 싶어도. 그것이 아무 힘도 없는 말이라는 것을 내 경험으로 알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거라는 말은 어쩔수 없이 튀어나오기도 하더라. 미안하게도.)


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말에 위로받는 사람은 없다. 그건 토성과 지구처럼 해답과는 멀리 있는 말이다. 매운 것을 먹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에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 토닥이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그게 설령 맞는 말일지는 몰라도, 매운 혓바닥이 나아지는데는 조금의 도움도 되지 않지. 우유 한모금만도 못하지.     


그래서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이별에 아파 엉엉 우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묻는다면, 사실 민망하게도 해줄수 있는 말이 없다. 아직 위로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공감할 수 없는 아픔에 섣부른 공감은 기만이 되지 않을까 그런 염려도 되고. 그렇다고 시간이 약이라는 동문서답을 하기도 싫다. 그냥 응원한다고 말 할 때도 있지만, 내가 진짜 응원이란 걸 하고 있는 걸까. 찔리는 마음에 곧 후회를 한다.       


그냥, 그냥 같이 한숨을 쉬어주는 게 나을까.     


혹자는 헛된 백 마디 말보다 한 끼 맛있는 식사대접이 낫다던데, 영 틀린 말은 아닌 것도 같다.     


인간으로 살면서 가장 큰 무력감을 느낄 때가 위로를 대할 때라고 종종 생각해본다. 참 불가능한 위로. 누군가는 감정의 회오리를 탈출하지 못하는데, 그 앞에서 나는 너무 안전하거나, 나의 고통에 남을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럴 땐 다시 토성과 지구처럼, 아니 해왕성과 지구처럼 멀게 느껴지는 거리를 극복하지 못해서 힘들다.    

 

그래서 아무런 소득도 없이.


아마 평생 위로라는 것을 힘들어 할 것 같다는 생각. 오늘은 그 어려움으로 글을 마칠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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