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법, 무비 토크
‘이터널 선샤인’이라는 영화가 있어. 주인공이 조엘이라는 남자인데, 어느 날 집에 이런 편지가 오는 거야. ‘클레멘타인 씨는 당신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웠습니다. 그녀 앞에 절대 나타나지 마세요.’ 충격이지. 헤어진 여자 친구가 자신과 이별한 후에 기억을 지워주는 병원에 가서 기억을 몽땅 지워버렸다는 거야. 어떻게 지웠냐고? 대충 넘어가. 영화잖아. 아무튼 조엘은 충격을 받고 자기도 명함에 적힌 병원으로 찾아가. 그리고 자기도 전 여자 친구 클레멘타인에 대한 기억을 모두 지워버려. 그렇게 수술이 끝나고 다음날 출근을 하려는데, 문득 출근이 하기 싫어지는 거야. 충동적으로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는 거지. 근데 웬일. 거기서 엄청 우연히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되는 거야. 여자가 매력이 넘쳐. 근데 서로 그냥 한눈에 이끌리게 되는 거야 운명처럼. 그래서 결국에는 둘이 만나. 연애를 시작하게 돼. 근데 그 여자가 누구였는지 알아?. 전 여친 클레멘타인이었어.
오랜 연애를 하면서 그 아픔과 괴로움에 기억마저 지워버릴 정도로 서로에게 질려버린 두 남녀가,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게 너무 아이러니하지 않아? 나는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야. 우리는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때조차 웃는 모습 하나에도 내 모든 것을 줄 수 있을 만큼 사랑할 수가 있었는데, 왜 나중에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도 모두 헤어질 이유를 찾을 수 있게 되는 걸까? 영화의 후반부에 조엘하고 클레멘타인은 결국 알게 되거든, 그들이 과거에 만났다가 기억을 지웠다는 사실에 대해서. 그래도 그들은 다시 만나기로 해. 다시 서로에게 질릴 거라는 걱정도 뒤로하고. 아무래도 좋다고, 고개를 끄덕거려.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그건 사실 새드엔딩이라고 봐도 되는 거야. 그들이 거부할 수 없이 다시 사랑에 빠진 것처럼, 거부할 수 없이 결국 헤어지게 될 테니까. 나는 그 영화를 몇 번이나 다시 보면서 알 수 없는 기분을 느껴. 영화 정말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