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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Nov 24. 2019

너, 그 먼 곳에서

먼 곳에 있는 사람은 먼 곳에 있는 사람. 너는 그 먼 곳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니. 안부를 묻는다. 내가 아는 사람, 내가 모르는 사람. 먼 곳에 있는 그들을 떠올린다. 그 먼 곳에 누군가 살고 있다는 것이, 그 곳에서 무슨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나와 그의 시간이 늘 겹쳐있다는 것이 낯설다.      


어떠한 은유도 없이, 먼 곳에 있는 사람을 떠올린다. 죽은 사람 말고. 진짜 먼 곳에 있는 사람. 내가 아는 사람 혹은 내가 모르는 사람. 평생 만나보지 못할 사람들이 어딘가 살고 있다는 건 역시 참 낯설다. 그들은 나에게 아마도 죽은 사람하고 조금도 다르지 않은데, 어딘가 먼 곳에서 그들은 생생히 살아있다. (살아있을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아픔과 기쁨을 겪으며. 그리고 그들에게 나는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      


먼 곳에 있는 사람과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 먼 곳에 있는 사람은 먼 곳에 있고, 가까이 있는 사람은 가까이에 있다. 내가 그들에게 말 걸지 않으면, 몸이 닿지 않으면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가까이 있는 사람도 나에게는 죽은 사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 그 사실이 낯설다. 가까이 있고, 말하고, 몸이 닿고, 상호작용하는 사람하고도 잠시 말을 멈추고, 몸이 닿지 않고, 상호작용하지 않으면 그 순간에는 나와는 무관한 사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모든 사람들은 나에게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고 나도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인 사람 같아서 낯설다.     


아주아주 먼 곳에 사는 사람. 이번에는 죽은 사람. 그 죽은 사람이 쓴 글을 읽으면, 읽다보면. 그 사람은 살아있는 사람보다 나하고 가까이 있는 사람. 죽었는데도 나하고 상호작용하는 사람. 세상에 없는 사람인데 뉴질랜드 어디에 사는 내가 모르는 사람보다 실감나는 사람. 그 먼 곳에서도 나에게 어떠한 온기를 주는 사람. 살아있다는 건 뭘까. 죽어있다는 건 뭘까. 멀리 있다는 건. 또 가까이 있다는 건. 그러다보면 나는 내가 때때로 아주 멀리에 있는 사람 같고, 가까이 있는 사람 같고, 이미 죽은 사람 같다.  

    

나는 오늘 이렇게 거울도 없는 방에 앉아서 어디 있는 지도 모르는 먼 곳의 누군가를 떠올리다가. 그렇게 멀리 있는 사람을 찾을 것도 없이, 걱정할 것도 없이, 내 자신이 너무도 낯설어지는 기분이어서 아마도 조금은 우울하고 외로운 기분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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