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너머의 귀신

- 단편소설

by 서댐


“박진수 그 새끼 때문에 괜히 니가 고생이다 한얼아.”


초소로 올라가는 동안 김상병의 입에서는 온갖 욕이 튀어나왔다. 나는 거의 하루종일 서있던 데다가 등에 멘 짐까지 많았기 때문에 다리가 뻐근해지고 있었다. 오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주간근무를 서다가 전반 야간근무까지 이어 들어가는 것이었다. 아주 피로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니기는, GOP에서 그런 새끼 있으면 죄 없는 멀쩡한 사람들이 피 본다니까.”

초소에 도착해서 내가 장비들을 내려놓고 정리하는 동안 김상병은 통신망을 들어 소초의 상황실에 절차대로 보고했다.

“통신보안. 2소대 상병 김산입니다. 102초소 점령했습니다. 예. 예. 예 알겠습니다.”


유독 해무도 없고, 조용한 밤이었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나고 있었다. 남쪽 멀리 영종대교가 보였고, 작은 점 같은 빛들이 도로 위를 지나다녔다. 도시의 수많은 자동차들을 보면서, 왜 나는 이곳을 나갈 수 없을까. 괜히 울적해졌다.


김산은 보고를 마치자마자 바닥에 주저 않고 벽에 등을 기댔다. 우리가 있는 초소는 소대 생활관인 소초에서 제일 가까운 초소였다.


(구석에는 -안평도소초에서 제일 가까운 초소. 졸다가 걸리면 끝장임.- 그런 낙서도 있었다.) 바로 뒤쪽에는 철책 뒤로 큰 느티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소초에서 마음만 먹으면 나무를 올라 컨테이너 지붕에 돌을 던질 수도 있었다.


가끔 그렇게 근무자들을 놀래키는 짓궂은 선임들도 있었다. 두꺼운 나뭇가지가 철책을 넘어 초소 바로 뒤까지 뻗어있어서, 북한군이 타고 안쪽으로 넘을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자르기로 했다.


우리가 있는 102초소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초소라 앞은 뻥 뚫려있었지만 뒤는 벽으로 막혀있었다.


“히야. 오늘은 진짜 조용하네. 바람 한 점 없고. 구름 한 점 없고. 우울해진다야.”

“예. 그런 것 같습니다.”

“너 나랑 근무 처음 서보지?”

“예. 매일 사수하고만…….”

“재밌는 얘기 하나 해봐.”

사수들은 꼭 재미난 이야기를 시키곤 했다.

“아…… 제가 재밌는 얘기를 좀 못합니다.”

“이 새끼 밑밥 까네. 앞으로 4시간 남았으니까 아무 얘기나 해봐. 심심해서 그래.”

김산은 평소 성질이 더럽기로 유명했지만, 나에게만은 좀 관대한 편이었다. 중간중간 정색을 하며 시비를 걸긴 했지만 그런대로 잘해주었다. 농담을 한다든가, 몰래 챙겨온 초콜릿을 나누어주는 모습을 볼 때는 꽤나 의외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런 저런 잡담을 하며 지루한 근무시간을 견뎠다. 늘 하던 대로 여자얘기로 시작해 이런 저런 야한 얘기를 했다. 김상병은 말주변도 수준급이어서 나는 진심으로 여러 번 웃었다.

“그러다가 걔랑 헤어졌다는 거 아니냐.”

“아. 진짜 재밌습니다.”

“그런데 시-발 갑자기 또 열 받네.”

유쾌하게 떠들다가 김상병은 갑자기 한껏 불만 섞인 말투를 냈다.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박진수 그 새끼 말이야.”

“아프다니까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니야 그 새끼 안 아파. 꾀병이야.”

“아 정말입니까?”

“그래. 그 새끼 진짜 영악한 새끼라니까. 오늘 같이 근무 들어왔으면 진짜 뒤진 건데.”

“잘못, 들었습니다?”

내가 되묻자 김상병은 헬멧까지 벗고 열을 냈다.

“내가 요새 근무도 지루하고 전역도 안보이고 해서 좀 잡았거든. 너도 알잖아 그 새끼 재미없는 거.”

“예. 좀 썰렁하긴 합니다.”

“야야. 그걸 썰렁하다고 하냐. 최악이지 시발. 뭔 얘기를 하면 무슨 다큐멘터리야? 진지하기가 이루 말할 데가 없어요. 지 여동생 자폐라는 말만 주구장창. 시발- 진짜. 말귀도 못 알아먹어, 암구호도 못 외워. 이한얼 너는 암구호외우지?”

“예. 오늘 자전거, 상하이입니다.”

“그래. 나는 박진수 그 새끼 암구호 외우는 걸 못 봤다. 덜떨어진 새끼. 저번에는 순찰 돌다가 감시장비 놓고 와서 96초소 다시 찍고 왔잖아. 솔직히 소초에서 다~ 그 새끼 왕따 시켜도 잘 때 총 맞을까봐 심하게 안 건드린 거 너도 알지? 너 그나마 걔랑 얘기 좀 하지 않냐? 내 얘기 뭐 안하디?”

고개를 돌려 김산 쪽을 쳐다봤다. 무서운 눈빛으로 째려보다가 바다 쪽을 보라는 듯 턱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나는 다시 바다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딱히, 얘기 잘 안 합니다 저.”

“아무튼. 그래서 내가 걔를 좀 연구했어요. 어떻게 하면 암구호 좀 잘 외우나. 방탄 씌우고 머리도 후려보고, 세 시간 갈궈도 보고. 얼차려도 줘보고. 근데 어제는 개미를 먹여봤거든? 아주 기겁을 하더라고. 내가 씹을 때까지 입 막고 있었거든.”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듣다가 나도 모르게 인상을 찡그렸다. 시선은 앞쪽 바다를 보고 있었기 때문에 김산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로 듣기에 조금 히죽거리며 웃는 듯도 했다.


“오늘도 못 외우면 거미 먹인다고 했더니 외울 생각은 안하고 소대장한테 아프다고 보고하는거 봐라. 괜히 주간근무 서던 너만 개고생이지. 들어가면 한 따까리 해. 또 독박쓰기 싫으면.”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억지로 웃음을 지어가며 대답하자 김산은 앉은 상태로 내 뒤꿈치를 가볍게 걷어찼다.

“아니. 하라고.”

“예.”

“아 몇 시간 남았지? 한 시간 반? 나 좀 잘 테니까 간부 오나 잘 보고 깨워. 알았지.”

“예.”


김산은 방탄헬멧을 바닥에 놓고 베개 삼아 머리를 올리고는 금세 곯아떨어졌다. 차라리 편했다. 비위맞출 필요도 없고, 평소처럼 바다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 되니까.


그날은 유독 바람도 없고, 파도도 없는 평화로운 밤이었다. 잔물결이 찰랑거리는 바다를 보고 있으니 꼭 거대한 도토리묵 같았다.


박진수. 나는 박진수를 떠올렸다. 어제부터 유독 표정이 어둡더니, 그런 일이 있었던 거였구나. 안 그래도 전날 진수가 나를 찾아왔었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다고. 나는 급한 거 아니면 다음에 하자고 대답했다. 정말 바빴다. 선임들이 던져놓고 간 전투화를 다 빨아야 했다. 진수는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내키지 않았다. 선임들이 보면 내가 시켰다고 오해할 수도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진수는 막무가내로 전투화를 한껏 집어다가 샤워실로 앞장섰다.


전투화를 내려놓고 물로 헹구며 닦았다. 원체 말이 없는 아이였기 때문에, 금방 끝내고 나가려고 했는데 의외로 먼저 말을 걸어왔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한얼 일병님은 뭐가 제일 무서우십니까?

-후임이 선임한테 질문하게 돼있냐.

-죄송합니다.

-나? 나는 귀신이 제일 무서워.

-귀신말씀이십니까? 진짜 그 귀신?

-그래 귀신. 어릴 때부터 귀신 종종 봤거든. 특히 중학교 때는, 벽 너머에서 신음소리를 내면서 벽을 긁던 귀신을 만난 적이 있어. 눈으로 보진 못했지만. 근데 그걸 왜 물어?

-그냥 이한얼 일병님은 뭐가 무섭나 궁금했습니다.

-너는 뭐가 제일 무서운데?

-저는 군대가 제일 무섭습니다.

-너 때는 다~ 무서울 때다.

-아 정말입니까? 이한얼 일병님도 저 때 선임들 무서웠습니까?

-그냥 다 무섭지. 지금도 무섭다. 원래 그래 임마. 할 거 잘하고 그냥 버티는 거지.

-저만 무섭나 해서. 저는 귀신은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한번 만나봐라 안 무서운지.

-저는 그런 거는 진짜 안 무섭습니다. 진짜로.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빡빡 닦고, 제대로 말려야된다. 흙 이거 봐. 흙. 다 닦아야지.

-예. 닦고 있습니다.


열심히 전투화를 닦아주던, 진수의 얼굴이 막막한 바다 위에 잠시 겹쳤다가 사라졌다.


그러고 보니 별로 아파보이지도 않았다. 갑자기 그렇게 아프다는 거 보면 꾀병인 것도 같았다. 괘씸하기도 했지만, 영 암기를 못하던 녀석이 거미까지 먹는다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때였다. 벽에서 아주 작게 툭, 퉁.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소리는. 나는 본능적인 압박감을 느꼈다. 뒷목부터 꼬리뼈까지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아주 익숙한 소리. 내 등 뒤에서, 벽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였다. 나는 김상병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완전히 잠에 빠져서 넋을 놓고 자고 있었다. 나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면서, 공포감에 휩싸인 채 어쩔 줄 몰랐다. 중학교 이후로 몇 년 만이었다. 내 유일한 트라우마. 벽 너머에서 들리던 귀신소리.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어느새 잊고 있던 그때의 기억을 이렇게 갑작스럽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진정되지 않는 심장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허리를 약간 숙였다. 심호흡을 했다. 호흡도 벌벌 떨렸다.


- 끄윽……끄으으그그으그극…으그극…윽


그때 보란 듯이 소리가 시작됐다. 벽을 긁는 소리는 없었지만 신음소리는 한층 더 처절했다. 중학교 때의 기억까지 동시에 살아났다. 귀를 막아보았지만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가 더 무서웠다. 이렇게 귀를 막고 있다가 손가락을 떼면 모아놓은 소리가 한꺼번에 귀로 들어오는 건 아닐까. 망상이 뇌에서 한없이 엉켰다. 소리가 그칠 때까지 나는 그렇게 엉거주춤 서서 눈물을 흘리며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 끄으으…윽…으크컥…


소리는 점점 잠잠해졌다. 눈을 아주 질끈 감았다. 미간이 구겨질대로 구겨져서 더 이상은 얼굴을 구길 수 없을 정도였다. 광대뼈가 뻐근했다. 그렇게 얼굴에 힘을 줄때마다 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서, 몇 분이나 그렇게 있었던 것 같다.


지옥같은 시간이 잠깐 아주 강렬하게 나를 괴롭혔다.


그리고, 이내 고요해졌다.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거짓말처럼 고요했다.


나머지 근무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흘러갔다. 얼마 후 김산 상병은 스스로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근무자들이 교대를 왔고 평소처럼 별일 없이 생활관으로 복귀했다. 옷을 갈아입고 잠들기 전 샤워실에서 한참동안 물을 맞았다.


나는 잠들 때까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지만, 잠은 생각보다 쉽게 쏟아졌다. 하루 종일 너무 오래 서 있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번갈아 주간근무를 섰고, 주간근무가 끝나고 나서는 저녁 먹는 시간에만 잠깐 앉았다가 아프다는 진수를 대신해서 다시 야간근무에 투입되었다. 잠깐이라도 앉게 해주지 않았던 사수의 눈물나는 배려에 어두운 밤, 다섯 시간을 내리 서서 근무를 섰다. 철수 직전엔 오랜만에 그 악령과 마주했다. 그 모든 일을 겪어내느라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았다. 긴 하루였다. 나는 몹시 피로했고 거의 쓰러지듯 잠에 들었다.


그렇게 귀신소동은 끝이었지만, 그렇게 모든 일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었다. 다음날 아침. 후반 야간근무자들이 복귀하면서 나무에 매달린 진수의 시체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GOP 철수를 한 달 남기고 벌어진 일이었다. 진수는 유서 한 장 남기지 않고 내가 있던 102초소 뒤 느티나무의 그 굵직한 나뭇가지에 매달렸다.


이한얼 상병님은 뭐가 제일 무서우십니까?


진수의 아련한 목소리가 귀에 머무는 것처럼 느껴졌다.


진수가 죽고 난 뒤 우리 소초는 대대적인 검열을 받았다. 헌병대에서는 사건의 내막을 파악하기 위해 거의 한달 동안이나 수시로 드나들면서 설문을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소대원들이 진수에게 가한 폭력들이 수면위로 드러났다.


김산 상병은 진수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개미를 먹인 일로 거의 주범으로 취급되어 재판을 받고 얼마 뒤 육군교도소에 수감되었다. 소초 전체에 거의 불문율처럼 진수를 향하던 따돌림은 그 무게에 맞게 징계절차가 진행되었다. 딱 내 위의 선임들까지 거의 영창에 갔다.


김산에게 연락이 왔다. 여동생이 죽어 잠깐 귀휴를 나왔다며 카페에서 만나자고 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했고 당연히 대부분은 진수 얘기였다. 맞은편에 앉아있던 김산의 얼굴을 다시 떠올렸다. 그의 질문까지.


‘육군교도소에 있으면서, 목매 자살한 사람을 실제로 봤다는 사람의 얘기를 들었는데. 사람이 목을 매 죽으면 버겁게 신음소리를 낸다고 하더라고. 그날 혹시 아무것도 못 들었나 해서. 그날 바람도 없고, 되게 조용했던 걸로 기억하거든……. 물론 자고 있어서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는 아무것도 못 들었다고 대답했다. 김산은 그러냐는 말을 내뱉으면서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리고는 들릴 듯 말듯하게 입을 뗐다.


‘만약에……. 그때 내가 잠을 자지 않았다면, 아니면 너라도 소리를 듣고 밖에 나가봤다면 진수를 살릴 수 있었을까?’

김산은 창밖을 쳐다보며 물었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기엔 너무 늦어버렸다고 말했다. 커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역시 커피는 식어서 찼고, 썼다.


여전히, 아직도 나는 그날 내가 들은 소리가 귀신 소리였다고 확신한다. 중학교 때 들었던 그 소리였다. 여전히 내 주위를 떠도는 벽 너머의 귀신이라고. 귀신은 늘 벽 너머에 있다고. 그렇게 믿고 있다. 귀신이 맞다. 그래서 나는 진수의 죽음과 그날 밤의 근무를 다시금 떠올릴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날 진수는 벽 너머의 귀신을 보았을까. 아니면 보지 못했을까.


아프게 죽은 귀신은 결코 사람을 아프게 하지 않는다는 어떤 아프리카 부족의 말을 나는 좋아한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느티나무에 올라타 자신이 목 매달 줄을 묶고 있던 진수에게 귀신이 나타났다고 해도. 그는 진수를 결코 아프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마음 깊은 곳에서는 사실, 진수가 그 귀신을 만나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어쩌면 귀신이 있었어도 괜찮았을 것이다.


진수는 귀신 따위는 겁내지 않는 아이였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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