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남자랑 키스할 수 있어요?”
라는 질문이 문제였다. 형이 맥주를 마시다가 픕컥픕하면서 기침했다.
“아니 씨... 남자랑 키스를 어떻게 해.”
형은 욕을 가까스로 멈췄지만 거의 한거나 마찬가지인 대답을 했다. ‘그게 왜 궁금해?’ 형이 되물었고, 나는 ‘그냥 궁금해서요.’ 대답했는데 그러고보니 이게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물은 나도 내가 그게 왜 궁금했는지 궁금해졌다.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엄청 피부 깨끗하고 잘생긴 남자면. 키스가... 그래도 키스가 되지 않을까?”
“아... 나는 아무리 그래도 안 될 것 같은데... 야, 근데 너 혹시...”
그라데이션으로 변하는 형의 표정.
“아니에요. 어? 저 진짜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게 그렇게 되나. 내가 그걸 물으면 그렇게 보일수도 있으려나. 진짜 순수하게 궁금했던 것 뿐 인데.
형의 눈썹이 프로레슬러 ‘더 락’처럼 팔자모양이 됐다. ‘너 진짜 존나 수상해.’ 하는 표정. 나는 아니라고 대답하면서,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의 반응이 그렇게 해석되면 어쩌나 생각했고. 그때부터 나의 모든 표정과 자세가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형. 페일 에일 좋아하세요?’ 순수한 마음으로 술 한잔 하자고 했던 제안의 말조차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뭔가 이상하게 해석될 것도 같았다.
“페일 에일이 어쩌고 하더니 그쪽에서 무슨 암호 같은 거냐?”
“아니. 저 진짜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형.”
세상에는 난감한 질문들이 많다. ‘너 방귀 뀌었지?’라든가 ‘야 삐졌냐?’ 같은 질문들. 그런 질문 앞에서는 어떤 대답도 방귀 뀐 사람이나 삐진 사람의 대답 같아진다. 나는 방금 내 무덤을 파는 질문을 한 것 같고, 아무래도 이제는 내가 게이가 되어버린 건가. 어딘가 아찔해졌다.
“야이 새꺄. 근데 그런 걸 갑자기 왜 물어? 짜증나게. 나 그런 거 엄청 싫어해.”
그런 거라뇨? 그런 게 왜요?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혐오적인 발언을 하세요. 형? 그렇게 대답하려다가, 그랬다간 진짜 커밍아웃이 돼버릴 것 같아서 참았다.
“아 참. 그냥 잘 모르겠어요 저도.”
“뭘 모르겠다는 거야. 네 마음을 모르겠다고?”
“아니 정말... 오해하시는 거 같은데, 그게 아니라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모르겠다고요.”
수상한데? 뭐가 자꾸 수상하다는 건지 2초에 한 번씩 수상한데? 수상해? 수상한데? 수상해? 주사를 부리는 것마냥 중얼댔다.
‘난 페일 에일 안 마실래. 생각해보니까 이거 냄새도 별로야.’ 형은 마저 먹지도 않고 손을 들어서 아사히를 시켰다. 아사히가 오자마자 페일 에일을 다 씻어내겠다는 듯 잔을 천장까지 쳐들고 꿀꺽꿀꺽 마시기 시작했다. 나는 페일 에일이 든 맥주잔을 만지작거렸다. 한 모금 마셨다. 향이 진했다.
바의 벽면에는 새로운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한 달에 한 번씩은 오는 것 같은데 올 때마다 사진이 달라지는 걸 보면, 사장님도 나름대로 감각이 대단하신 분인 듯 하다. 연남동 골목에서 바를 하는 자의 낭만은 이렇게 은은하게 드러난다. 옆 테이블에서는 가슴이 잔뜩 파인 원피스를 입고 다리를 꼰 여자가 앞에 앉은 남자친구인지 썸남인지에게 눈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다리가 예뻤다. 빨간색 하이힐. 나도 모르게 잠깐 쳐다봤다.
그러다 문득 낯이 간지러웠고, 무심히 시선을 돌렸다. 다리를 훔쳐보는 나를 형은 쳐다보고 있었다. 형이 웃었다. 나는 조금 안도했다가, 그 안도에 대해 잠깐 생각했다.
계산은 형이 했다.
“야. 너 진짜... 아니지?”
계단을 내려오면서 형이 물었고, 아니에요. 짧게 대답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