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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Mar 28. 2020

꾸준히 글을 쓰는 내가 정말 대단하다

말 많은 게 가끔씩 장점

2016년 11월 16일. 처음으로 글을 업로드한 날로부터 시간은 흘러 흘러 어느새 2020년 3월도 끝나가고 있다. 나는 아직도 쓰고있다.


감정이 북받쳐올라올 때는 매일 같이 글을 쓴 적도 있었고, 흥미를 조금 잃었을 때는 이 주에 한 편이나 한 달에 한 편을 쓴 적도 있었지만 최근 2년 동안에는 일주일에 한 편씩. 많을 때는 두 편씩 꾸준하게 쓰고 있다. 이렇게 꾸준히 쓰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소름돋게 놀랍기까지 하다. 이제는 어디가서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글을 쓰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가 있게 되었다. 나만큼 꾸준하게 글을 쓰는 사람은 흔치 않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어떻게 이렇게 꾸준하게 쓸 수 있었을까. 생각해봤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순식간에 떠올랐는데, 사실 내가 그냥 말이 많아서다.


여대에 다니던 여자친구 덕분에 서울여대 캠퍼스를 구경한 적이 있었다. 몹시 들떠서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캠퍼스 이곳저곳을 걸어다녔다. 새로운 곳을 지나갈 때마다 떠오르는 일화들이나 생각들이 많아서 그때그때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여자친구가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오빠 혹시 내가 심심할까봐 일부러 계속 얘기하는 거야?"

"아니? 왜?"

"말이 너무 많아서."


어... 잠시 심장이 철렁. 했고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말이 그렇게 많은가?' 주눅이 좀 들었다. 이후로 나에게는 여자들과 데이트를 할 때마다 "제가 혹시 말이 너무 많은가요?" 하고 묻는 버릇이 생겼다. (대체로 "아니요? 재밌어요."라든가 "둘이 있을 때는 말 많은게 좋죠" 하는 대답을 해주어서. 한편으로는 안도했지만 말이 많은데도 그냥 괜찮다고 해주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여전히 찝찝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렇게 꾸준하게 글을 써온 나를 되돌아 보면 그때의 여자친구 말처럼 내가 말이 많은 사람이기는 한 것 같다. 내가 만약 타인으로서 서댐의 브런치를 구독했다면. '이 사람은 뭐 이리 쓸게 많지. 할 말이 끝이 없네.'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계속 무언가 써서 올리니까. 종종 엇비슷한 단상들도 있지만, 그래도 매번 새로운 이야기를 하니까. 그만큼 내가 참 말이 많다.


그러니까 나는 말이 너무 많아서, 그걸 말로 소화를 미처 못하고 글로도 이렇게나 많이 쓰는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도 너무 많고, 말도 너무 많은 것이 글을 쓸 때는 또 이렇게 썩 괜찮은 장점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건 재밌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렇게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쓰는 글은 더더욱 그렇다. 술자리에서는 어느 정도 대화의 지분을 나눠야 한다거나, 이해가 안되는데도 억지로 공감을 해야 한다거나, 주제의 제약이 있는 반면 혼자 쓰는 글쓰기에는 그런게 없다. 나 혼자 실컷 떠들어도 되고, 공감은 읽는 사람의 몫이고, 주제도 언제나 내 맘대로다. 내키지 않으면 중단해도 아무도 모른다. 그렇게 쓰고 나면 때로는 사람들이 댓글도 달아주고 라이킷도 눌러준다. 되게 이기적인 즐거움이다.


즐거워서 썼다 해도. 200편 넘는 글을 3년이 넘는 시간동안 꾸준히 써왔다는 것을 돌이켜 보니 이렇게 대견할 수가 없다. 말 많아서 다행이고, 그동안 잘 떠든 것 같다. '앞으로도 잘 떠들자 서댐아.' 내가 나에게 머리 쓰다듬듯 격려한다. 썼다 안썼다 여전히 대중없는 글쓰기가 정교한 습관이 되지도 못했고, 치열한 고민이나 연습없이 써서 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글솜씨가 훌륭하지도 않지만. 아무튼 오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글을 쓰는 내가 정말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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