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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Oct 30. 2020

술 취한 김에 씁니다

-날카로운 마음

글을 쓸 수 있지만 글을 쓰기가 힘듭니다. 요즘 떠오르는 것들이 온통 날카로운 것들입니다. 내가 고민하고, 또 염두하는 주제들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될 말들이거나, 차갑고 아픈 말들 뿐입니다. 혐오의 세상에서 나의 분노도 덩달아 커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는 못마땅한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세상은 부조리한 것들 투성이. 일일이 바로잡고 싶습니다. 너는 왜 틀렸고, 그건 왜 말이 안 되는지. 어디서부터 잘못됐고, 얼마나 못됐는지 저는 요즘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엉망들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글을 써보기도 했지만, 다시 읽어보면 너무나 공격적인 글이더군요. 늘 세상에 대해 좋은 해석을 하고, 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편인데도, 어쩐지 자꾸 분노할 것들이 생깁니다.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하는 혼잣말을 자주 합니다. 주어는 항상 바뀝니다. ‘나는’이 들어갈 때도 있고, ‘너는’이 들어갈 때도 있습니다. 사실은 ‘세상은’이 제일 많이 들어갑니다.


‘세상은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중얼거려 봅니다. 돈을 벌기 너무 어려운 세상이고. 사랑하기도 어렵고, 혼자서 우뚝 살아가기도 어려운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모이면 어떻게든 편이 나누어지고, 서로를 공격합니다.


원래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 어느 순간부터는 이 세상에 옳은 말 같은 것이 힘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언가에 의지하기 위해 언제나 나 자신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데, 논리가 도저히 통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기분입니다. 지금의 세상은 온통 기분으로 가득 찬 것 같습니다. 기분에 따라 정치인을 지지하고, 기분에 따라 메시지와 메신저를 공격하고, 기분에 따라 누군가를 좋아하고 미워하고, 아무도 제대로 알아보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우르르 우르르. 경솔한 몸짓으로 세계가 가득 들어찬 것만 같아, 머리를 굴리면 굴릴수록 마음이 한껏 무거워집니다.

나라고 해서 특별한 성숙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머뭇거리게 되는 것이지요. 너는 그래서 어떻게 사는데, 그렇게 물으면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입을 꾹 닫게 됩니다. 때때로 답답함은 다시 분노가 됩니다. 완벽한 사람이라는 거 있을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치든, 시스템이든 셀럽에 대한 평가든, 양쪽을 잘 살피고 판단할 수는 없을까요.


날카로운 마음으로 가을을 맞습니다. 마침 쌀쌀하고, 건조해서. 전염병이 조성한 시국마저 겹쳐서, 영 쓸쓸합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온 천지를 끌어안아도 흔들림이 없다는데, 나는 고작 내 삶과 이 사회를 소화하기도 벅차다는 생각을 합니다.


10/30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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