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어져간 이들에게.
사람은 자신의 주머니에 몇 명까지 꾸역꾸역 넣어볼 수 있을까.
배수구가 없는 바닥에 고인 물을 빼낼 때 군대에서는 쓰레받이를 이용했다.
빗자루로 쓰레받이에 물을 쓸어담아 바깥으로 퍼 날랐다. 어느정도 쓸어넣다보면 물이 바깥으로 빠져나왔기 때문에 두어번 넣고나서는 재빨리 쓰레받이를 들어 물을 가둬야했다.
욕심을 부려 빗자루질을 계속해도 쓰레받이에 담을 수 있는 물은 한정적이었다.
그렇게 내가 만난 그 소중한, 많은 사람들도
하나를 더하면 하나가 빠져나가는 듯 했다.
내가 가질 수 있는 사람은 몇 명까지일까.
먼 미래를 약속했던 건 연인 뿐 아니라 나와 같이 공부를 했던 , 일을 했던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못해도 내년 이맘때 만나자는 약속을 나는 몇번이나 무참히 저버렸다.
한때는 가장 가까웠던 그 인연들이 별다른 다툼이나 갈등없이도 천천히 흐려져서 어느새 저만치 멀어졌다.
그래 인간관계라는게 그런 법이지. 이제는 별달리 자책감이 들거나 미안해하지 않는다. 눈에서 멀어지면 별 수 없다는 거. 각자의 치열한 삶을 사는 것이 먼저라는 세상이치를 알았으니까.
그러니까 그 쓰레받이에 담긴 물같은 거였으니까.
그 물들은 나를 흠뻑 적셨다가 한낮의 땡볕에 서서히 말라간 것이니까 어쩔수 없는 것이다.
항상 내가 물속에 담겨있는 부분만이 나를 적시는 법이니까.
내가 가장 좋아하던 누군가가 또 다른 반경에서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는 사진을 접할때면, 이제는 연락을 해봐도 될까? 실례가 아닐까? 어색하진 않을까 덜컥 두려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가끔씩 그와 혹은 그녀와 함께했던 즐거운 추억을 생각하면 그때 참 재밌었지하며 다시금 물어보게 된다.
나는 몇 명의 사람을 가질 수 있을까.
멀어져간 소중한 이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