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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Mar 12. 2021

"수고(고생)하세요" 쓰지 말라고?

-수고(고생)하세요의 맥락

살다보면 “수고하세요-”나 “고생하세요-” 같은 인사말을 쓸 일이 많다. 그런데 윗사람에게 이와 같은 말을 쓰는 것은 실례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적지 않게 있는 것 같다. 인터넷의 정보 글이나 학자의 칼럼에서도 심심치않게 “고생하세요,”, “수고하세요” 보다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쓸 것을 권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별로 개의치 않고 수고(고생)하세요- 같은 말을 사용 하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한번 적어보려 한다.


위와 같은 인사말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사람들의 논리는 그것이 예의에 어긋난다는 데에 있다. 이는 네이버에 ‘수고하세요. 고생하세요’를 검색하면 최상단에 떡하니 나오는 설명이기도 하다. 직장 상사나 나이 지긋한 어르신에게 “고생(어렵고 고된일)을 계속 하세요”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가 윗사람에게 고생“하라”는 의도로 말을 한다는 말인가? 나에게는 이러한 해석이 조금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언어는 그 표면적 의미만큼이나 맥락이 중요하다. 엄밀히 따지면, 세상의 모든 말은 맥락 속에서만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잘한다.’ 같은 말도, 그 말이 쓰이는 상황에 따라서 반어법이 될 수 있는 것처럼, 대화에서 사용되는 말들은 그 말 자체보다 쓰이는 배경과 의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수고(고생)하세요”의 맥락은 어떨까? 이는 ‘격려’ 가깝. 어떤 사람도, 끝인사로 타인이 고생하기를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또한 어떤 듣는 이도, 상대방이 나에게 고생을 ‘하라'고 시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말이 발화하는 상황은 상대방을 비난하기에는 다소 엉뚱한 풍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떠한 호의를 주고 받았거나, 정당한 대가를 주고 서비스를 제공받았거나 하는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말이 아닌가. 만약, 누군가가 “고생하세요”를 꼬아 듣는다면, 그건 삐뚤어진 그의 마음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수고(고생)하세요"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이 말의 뜻은 “당신의 고생을 압니다” 혹은 “당신이 매우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에 가까울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노고를 알아주기를 바란다. 자신의 일이 쉽고 간단하고 의미없는 일이라고 평가받기 보다는, 힘들고 까다로우며 중요한 일이라고 인정받고 싶어한다. "수고(고생)하세요"는 이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격려하려는 마음이다.


첫 인사말로 “수고(고생)하십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나, 일이 끝난 이후에 “수고(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모두 상대방을 켜세우는 일이듯, “수고(고생)하세요”도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일이다. 이 말의 핵심은 앞의 ‘수고(고생)’에 있는 것이지 뒤의 ‘하라’에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말을 끔찍이 싫어하는 사람을 억지로 설득한다든가, 조금의 타협도 없이 고수하는 자세도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수고(고생)하세요 쓰지 맙시다' 하는 글에 ‘글 쓰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라고 댓글 달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듣기 싫다면 양보해줄 줄 아는 미덕 또한 조금은 갖춰야겠다는 생각도 덩달아 든다. 대화 상의 맥락과 나의 의도가 중요하다지만, 상대방의 기분보다 우선할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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