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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Sep 14. 2021

9월이 지나면 나를 깨워주세요

Greenday,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

아뿔싸.  9월의 절반이 지나가는데, 여태 Greenday의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를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언제나 9월이 시작될 때 즈음에는 이 노래를 챙겨들었다. 세상에 슬프고 절절한 가사가 많다지만, 이 노래만큼 사람을 감상에 젖게 하는 노랫말은 흔치 않을 것이다.


그린데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기타를 처음 배우던 중3 겨울방학이었다. 당시 나는 같이 기타를 배우던 형, 동생들과 코드를 익히며 원하는 노래를 직접 연주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었다. 마의 F코드를 정복하자, 무슨 곡이든 코드 악보만 있다면 칠 수 있다는 자신감에 가득 찼다. 옛날 포크송부터 몇몇 팝송, 최신곡이 수록되어있는 기타코드악보집을 펴놓고 매일 같이 노래를 불렀다. 새로운 곡을 연습하고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듯 연주해보는 것이 당시의 낙이었다.


이제는 다니지 않지만 당시에는 교회에서 밴드도 했다. 겉으로는 찬양팀이었으나, 우리는 연습조로 일주일에 몇 번씩이나 만나 악기를 두드리며 가요를 불러댔다. 우리가 점령한 평일 저녁의 예배당에는 언제나 락밴드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기타나 록음악에 관심이 생기다보니, 좋은 밴드들을 경쟁적으로 '발굴'해서 공유하는 분위기도 생겨났다.


“야 내가 죽이는 밴드 발견했다.”

“뭔데?”

“너 콜드플레이라고 아냐? 진짜 좋더라.”

이미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인줄도 모르고, 마치 우리가 대단한 원석을 발견한듯이 호들갑을 떨었다. 전 세계를 강타했던 록밴드들. 이를테면 ‘뮤즈’나, ‘그린데이’, ‘엘레가든’, ’린킨파크’, ‘심플플랜’, ‘후바스탱크’같은 그룹들은 우리들 사이에서 다시금 유행했다.


그 중에서도 그린데이의 음악은 뭐랄까, 귀에 착착 감겼다. 고등학교에 갓 입학했던 나에게 그린데이의 곡은 세상에서 제일 좋은 음악이었다. 단순한 코드반복에서 폭발하는 에너지가, 쫀득한 멜로디와 버무려져서 귀를 강타했다. 그 중에서도 <Holiday>는 거의 하루종일 틀어놓는 수준이었다. 몇 달을 무한반복으로 틀어놓고 들었다. 게임을 하면서도, 책을 읽으면서도,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그래서 홀리데이를 듣고 있으면 그때의 냄새가 코끝에 맴도는 기분도 든다.


어느날은 그린데이의 앨범을 통째로 듣는데, <Wake me up when september ends>가 재생되는 순간 숨이 덜컥 멎는 것 같았다. 인적없는 어느 시골, 먼 언덕 외따로 서 있는 교회에서 종소리가 은은히 퍼지듯, 단조롭게 반복되는 기타소리가 가슴으로 얹히는 듯 했다. 잔잔하게. 잔잔하게. 그리고 담담하게 울리는 빌리조의 목소리가 그날따라 왜 그렇게 슬프게 들렸는지. 나는 가사 내용도 모르면서 어딘가 울적해졌다.


9월 1일. 아버지를 잃은 그가 너무나 슬퍼 방문을 닫으며 했다는 말. “9월이 지나면 나를 깨워주세요” 상실의 아픔이 너무나 커서, 아버지가 죽은 달 전체를 넘겨버리고 싶었다는 메인보컬 빌리 조의 마음이, 비슷한 경험이 전무했던 어린 나에게도 이상하게 와 닿았다.


그 이후로 매년 9월이면 나는 잊고있던 그린데이의 노래를 찾아 의식처럼 들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사든, 연애든, 죽음이든, 퇴사든, 졸업이든 어떤 이유로든지 사람들을 떠나보내게 됐다. 때로는 그 아픔이 너무나 커서 빌리 조처럼 그 달을 통째로 스킵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경험과 감정의 상호작용으로 더 숙성되는 노래가 됐다.


오늘은 깜빡 잊고 있었던 그린데이의 노래를 찾아 들었다. 9월이 지나면 깨워달라는 그의 목소리를 숨죽여 감상했다. 누구나에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자신만의 9월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모르게 가슴이 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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