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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Dec 08. 2021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외따로 하나인 우리

어쩌면 우리는 외로운 사람들 만나면 행복하여도-




조용한 밤, 혼자 방안에 있을 때면 들판의 허수아비처럼 외롭다. 새도 찾지 않는 방안에서 적막도 외로움이고, 음악소리 시끄럽게 틀어두어도 공허함이다.


인스타그램의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 외롭다. 그것이 각자가 최선을 다해 선보이는 삶의 하이라이트라는 것을 알면서도 외롭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에도 외롭다. 절친한 친구도 결국 나와는 다른 사람이고, 모든 관계가 피로함을 야기한다는 것을 실감할 때면 쓸쓸하다.


여자친구와 있을 때도 외롭다. 아무리 행복한 순간에도 한 몸이 될 수 없음이 외롭고, 이 마음이 영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또 외롭다. 모든 감정이 조금씩 무뎌진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비행기가 영원히 상승할 수 없듯,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 외롭다.


이 넓은 우주에 지구뿐이라고 생각하면 외롭다. 혹여 지적생명체가 있더라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외롭다. 깜깜하고 차가운 우주를 생각하면 외롭다. 우주의 스케일에 비하면, 너무나 작은 별에 살고 있다는 것이 외롭다. 그렇게나 넓은 우주, 이렇게나 좁은 나의 별. 평생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언젠가는 죽는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혼자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죽음의 순간에, 그 어떤 누구라도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영원한 무의식에 놓인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이미 죽어버린 육신이라서, 자기가 죽은 줄도 모르고 죽어있다고 생각하면 외롭다.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어쩔 수 없이 혼자라는 것을 생각하면 외롭다.




'외롭다'는 말에서 '외-'의 뜻은 '외따로 하나인'이라 한다. '외따로'의 뜻은 '홀로 따로'라고 한다.

'홀로 따로인 상태'가 '외롭다'의 뜻이라면, 우리는 언제나 각자의 몸으로 '홀로 따로'인 존재이니, 숙명처럼 외로울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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