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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Dec 31. 2022

2022년아 함께해서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결산! 올 한 해를 돌아보며

2022년 12월 31일에 나는 서 있다. 한 해의 임종 앞에서 마치 주마등과 같이, 1월부터 12월까지의 모든 장면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그렇게나 많은 일들이 있었다니. 새삼 감격스럽다. 문득 두렵기도 하다. 화살처럼 세월이 빠르다지만 이렇게 빨라도 되는 건가 싶다.


2022년을 평가하기가 참으로 어렵다. 올해는 이런저런 향신료가 잔뜩 들어간 음식처럼 복합적인 일들로 가득했다. 고단한 일이 너무나 많았다. 그래서 슬픈 한 해였냐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즐겁고 기쁜 일들도 참 많았다. 아쉬운 이별의 순간들도 있었고 멀어져 간 인연들도 셀 수 없지만, 새로운 인연들도 여느 때보다 많았다. 초등학교 수학경시대회처럼 몇 점 몇 점으로 평가할 일이 아니고, 대학 성적표처럼 과목마다 학점을 매겨야 할 것 같다. 어떤 점에서는 A+, 어느 면에서는 C-... 이렇게.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라고 한다면, 이직을 했다. 올 해의 3분의 1은 취업을 위해 공부를 했고, 3분의 1은 구직을 했으며, 마지막 3분의 1은 새로운 직장에 들어가서 일을 했다. 누구에게나 자랑할 만한 그런 대단한 직장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즐겁게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아무튼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두려움에 휩싸여 벌벌 떠는 날들이 사실은 2022년의 대부분이었다. 무조건 돈이 많아야 행복하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역시나 돈은 삶의 전제이므로 밥벌이를 해결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했다. 올 한 해 동안 나로 인해 섭섭한 누군가가 있었다면, 참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었노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단지 내가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느라 너무 급했다.


20년 지기 친구가 결혼을 하는 일도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의 가장 의미 있는 날에 대단한 무엇이든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었는데, 뭔가 꿈처럼 지나가버렸다. 정신 차려보니 다음날이었다. '친구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참 많이 고민해 본 한 해였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친구문제로 가슴앓이를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나에게는 늘 좋은 친구들이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공기처럼. 그 사실에 대해서 올해처럼 깊이 실감하고 감사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여자친구와 연애를 하면서, 참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 이곳저곳 여행도 여러 번 다녀왔고, 색다른 곳으로 데이트를 다녔다. 맛있는 것을 먹고, 좋은 것을 보고, 재미있는 것만 하면서 보냈다. 20대 초중반에는 늘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럴듯한 무언가를 하기가 참 어려웠는데 무슨 한이라도 푸는 것 마냥 놀러 다녔다. 실컷 사랑하고 그 이상으로 사랑받은 한 해였다.


엔데믹을 맞아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만났고, 사회에서 만난 소중한 사람들과의 인연도 공고히 다지며 이어나갔고, '베이징 올림픽', '월드컵' 같은 세계인의 대축제를 즐기며 활기차고 감동적인 분위기에도 잠겨 살았다. 반면 송해 선생님과 엘리자베스 여왕이 돌아가시는 충격적인 일도 있었고, 아베 총리가 암살을 당하는 믿지 못할 일들도 있었고, 어딘가에서는 전쟁이 여전했다. 이태원에서 얼마 전 경인고속도로에서 벌어진 대형 참사에 슬프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많았다. 어디가 아픈 적도 있었고, 상당히 많은 날들을 우울해하며 보내기도 했다. 아버지와 불화하는 일은 여전했다. 누군가에게 오해를 받은 적도 있고, 여기저기 가까운 사람들과 싸우기도 했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좋아하던 문화생활에도 소홀했다. 영화도 많이 못 봤고, 책도 자기 계발서나 실용서를 보느라 시, 에세이, 소설과는 거의 격리된 삶을 살았다.


무엇보다,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그 어느 때보다 '저 브런치에 글 씁니다.' 자랑을 많이 한 해였는데, 글은 가장 적게 쓴 해가 되었다. 내세울 것이 없으니 자꾸 글 쓴다고 소개를 했던 것 같다. 막상 글 쓴다고 자랑은 해 놨는데 내 처지에도 글 솜씨에도 자신이 없으니 더 쓰기가 힘들었다. 2023년에는 다양한 주제로 퀄리티 높은 글을 많이 써내고 싶다. 그 무엇보다 진지한 목표이자 다짐이다.


좋은 일도 많았지만, 슬프고 나쁜 일들도 참 많이 일어난... 2022년은 그야말로 다사다난한 해였다. 어찌되었 건 살아냈으니, 살아있으니 감사할 일이겠지만 다시 겪으라면 도저히 자신이 없어서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글 말미에 나는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겠다.


"2022년아! 함께 해서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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