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주기
2014년 4월 16일에 나는 롯데월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세월호의 소식을 점심시간 식당에 설치된 TV를 통해서 보았는데, 점심을 먹을 때만 해도 ‘전원 구조’라는 자막이 하단에 표시되고 있었다. 배가 가라앉았대. 근데 다 구했대. 세월호는 일종의 해프닝처럼 이해되었다. 나는 다시 근무지로 복귀했고, 사람들이 하하호호 웃는 테마파크는 죽음과 가장 먼 곳이었다. 집에 돌아오니 배가 다 잠겨있었고, 뉴스에서는 에어포켓이니 하는 공허한 희망만이 돌림노래처럼 반복되고 있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었다는 소식은 좀처럼 실감이 나질 않았다. 먼데서 지진이 났다더라 하는 이야기처럼 건조하게 와 닿았다.
사건을 제대로 인지한 건 그로부터 3~4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문득 세월호에 대한 뉴스를 다시 보게 되고, 유튜브를 통해 그날의 아이들이 선박 안에서 찍은 동영상을 찬찬히 찾아보게 되었을 때, 그제서야 그날의 이야기들이 실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죽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해서 심지어 장난까지 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새삼스럽게 눈물이 막 나올 것 같았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무심함에 대한 반성과 함께 한동안 먹먹했다.
매년 4월 16일이면 애도의 자세로 잔뜩 웅크리게 된다. 그들이 갇힌 배 안에서 얼마나 두려웠을 지를 상상한다. 배가 기울고 천천히 가라앉는데 그 안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아이들의 절규와, 울음과, 무력감을 상상한다. 비겁하고 무지해서 그 어떤 탈출조치도 실행하지 않았던, 못했던 수많은 어른들을 생각한다. 물에 잠겨 괴로웠을 아이들의 고통을 어렵게 상상한다.
벌써 10년이라니. 시간은 이렇게 냉정하다. 멈추지 않고, 모든 것을 거기 두고 매정하게 흘러간다. 누군가에게는 여전한 고통을 머나먼 과거의 일로 만들어낸다. 세월호의 직접적인 고통과 무관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작 1인분의 애도 뿐이다. 정말 고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