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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댐 Nov 07. 2017

달에게도 그림자가 있어

미치도록, 모든 것이 부러워 질 때

가지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었다.

나의 모든 불행은 그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주 어린 시절, 친구의 장난감부터 오늘날의 어떤 멋진 타인의 삶까지도

부러운 것은 부러워 할수록 눈 앞에는 가까이,

하지만 손에서는 점점 더 멀어지는 기형적인 형태로 내 주위를 채웠다.


몇 년 전, 나는 ‘젠가’에 대한 소설을 하나 썼다.

젠가는 세 개씩 어긋나게 쌓여있는 직사각형의 나무토막을 중간에서부터 하나씩 빼서 위로 쌓는 보드게임이다. 한 때 나는 내가 한동안 쌓아올린 젠가 같다는 생각을 했다. 숨만 잘 못 쉬어도 흔들려 넘어질 것 같은 그런 위태로운 형세.


가끔 자괴감과 열등감이 온 몸으로 가득 찼던 때가 있었다. 세상엔 참 멋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 세계는 노력만으로는 가 닿을 수 없는 영역같았다.


그건 일종의 허상이었다.

몇 천 년 전부터 우리가 볼 수 있는 달의 모습은 언제나 일정하다. 달은 언제나 앞면을 향한다. 토끼가 방아찍는 면으로 빛나고 있다.

그런 달에게도 뒷면이 있다는 걸. 알 수는 있어도 느끼기는 어렵다. 달에게도 그림자가 있다. 달의 뒷면 상상할 수 없는 그의 어두움.

타인의 밝은 면은 이를테면 어두운 부분을 끝끝내 숨기고 있는 달의 빛나는 앞면 같은 것이라는 걸  알았다.


내가 그 소설을 쓰기로 마음먹은 건, 누군가가 나를 치열하게 부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됐을 때였다.

그의 시점에서 나는 꽤 멋있는 남자였다.

그의 입에서 나에 대해 들을 수 있었는데, 내가 잘 알고 있는 나의 모습이었으나 낯설기도 했다.

그의 입으로 들은 나의 모습은 정말 그럴듯한 사람이었다. 사실 그 와중에도 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전전긍긍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그 친구가 나를 그렇게 부러워했던 건. 나의 빛나는 앞 밖에 볼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테다.


세상은 그렇게 빛나는 달로 가득 차 있다. 정확히 그 면적과 같은 그림자를 숨기고서.

우리의 주변에서는 아직도 수많은 달이 빛난다. 오늘 밤도, 낮도. 앞면으로 빛나는 수많은 광원들로 눈부시다. 그리고 여전히, 가지고 싶다는 마음으로는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모든 불행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었다.


달의 그림자를 떠올리고부터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나는 가끔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누군가 간절히 부러워서 영혼을 송두리째 바꿔버리고 싶을 때마다

하늘의 달을 생각한다.


빛나는 앞면이 아니라, 뒤에서 차가운 그늘을 보내고 있을

뒷면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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