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오글오글>은 글쓰기 모임 오글오글 작가들이 매 월 같은 주제로 발행하는 매거진입니다. 10월호 주제는 '독서의 계절'입니다.
한 달에 한 번,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을 고르러 가는 날은 나에게는 꽤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금,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을 잔뜩 수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민하고 있는 것, 앞으로의 방향성,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또 어떤 것에 심장이 뛸 수 있을지에 대한 모든 단서가 그곳에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마주하는 날은, 계절이 어떻든 가을에 살게 된다.
농부가 곡식을 수확하고, 열매를 따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다.
애정하는 잡지부터 인테리어 책까지, 사고 싶은게 너무 많아 고르는게 힘들었다..!
독서는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사실 처음에는 잘 공감하지 못했던 말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 어떻게 삶이 바뀐다는 걸지 궁금해하기도 했다. 당시 많은 책을 읽었지만, 돌아서면 금방 까먹어버렸기에 독서의 영향력을 잘 몰랐던 것 같다.
하지만 책을 고르는 방식을 바꾸면서 꽤 많은 변화를 체험할 수 있었다.인기 있는 책 보다, 지금 당장 내 삶에 답을 내어줄 책이 훨씬 큰 도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책조차도 베스트셀러나 남들의 추천만 듣고, 수동적으로 골랐던 내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다.
그래서 요즘은 책을 고르러 가기 전, 해결하고 싶은 고민이나 궁금한 점을 미리 포스트잇에 적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단서를 줄 수 있는 책을 열심히 찾아다닌다. 어떤 날은 농부의 마음으로, 어떤 날은 탐정이 된 마음으로 샅샅이 훑고 다닌다.
한동안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악플에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적이 있다. 작가로서는 글을 보여줘야 하고, 제작자로서는 상품이나 콘텐츠를 보여줘야 한다. 좋은 반응이 10개 중 9개여도 하나의 악플이 마음에 크게 남았다. 하고 있는 모든 일에서 사람들의 평가가 따라오는데, 당시에는 그런 반응 하나하나가 너무 무서워서 일을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하지만 그때 그 고민을 안고 열심히 책을 찾아다닌 덕분에 ‘신경 끄기의 기술’이라는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정말 필요했던 책 한 권을 만나면, 대충 읽었던 100권의 책과는 비교도 안 되는 크기의 감동과 영감을 느낄 수 있다.
그 책은 당시 나에게 그런 의미였다. 신경을 쓸 것과 끌 것을 명확히 구분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는데, 그 이후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신경 끄기 기술을 연마한다는 생각을 했다. 덕분에 악플뿐만 아니라, 주변의 조언, 남들의 성과에 대한 신경을 끄고 자유롭게 다양한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수 있었다. 책 한 권 덕분에 일을 그만두지 않고,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다행일까?
이제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고르는 데에 시간을 더 빼두는 편이다. ‘정말 좋은 책을 만날 수만 있다면 이 정도 투자는 일도 아니지!’라고 생각한다.
서점을 돌아다니고, 목차와 내용을 훑어본 후, 마음에 드는 책은 서점 앱과 밀리의 서재를 켜 리뷰를 모두 살펴본다. 특히 밀리의 서재에는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고, 기준도 높아 꽤 솔직하고 직설적인 리뷰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꾸준히 팔린 스테디셀러인지, 요새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간인지도 확인해 본다. 이 과정은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리지만, 이렇게 해서 내 운명의 책을 만나면 굉장히 행복한 마음으로 그 책을 즐길 수 있다.
물음을 갖고 읽을 때, 책은 멋진 답을 내어준다.
책을 통해 더 큰 수확과 결실을 맺고 싶다면, 지금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정해 그 답을 책에게 물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