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안녕, 너를 사랑하고부터 해가 몇 번을 내 마음의 동녘에서 떴다가 또 서녘으로 저물었는지 낱낱이 셀 수가 없다.
사월 십삼일 별들이 버들숲처럼 우거지던 밤, 내 마음에 네가 울창해졌지. 내 속이 전부 숲이었어 숲.
줄거리도 없이 시작된 마음에는 어제까지 너와의 포옹이 다녀갔다.
지금도 이 빈방에는 네가 천장까지 출렁이고 있어.
허공에 손만 내밀어도 바람이 네 얼굴로 조각되는 밤이다.
봄꽃처럼 왔는데 겨울 보내고 다시 봄이 오기까지 나는 지지 못했구나.
네가 날 보고 웃던 날을 기억하며
안녕.
/ 서덕준, 바람이 네 얼굴로 조각되는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