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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Jan 09. 2017

표류하는 사람들의 시간

서덕준




1호선 기차가 철로에 스칠 때마다 파도 소리를 낸다.

열여덟 학생이 꾸벅이며 교복에 고개를 묻는다.
416번 버스는 인어처럼 교차로를 헤엄쳐 나가고
하늘의 옷감 사이사이로 노을이 풀어지고 새들이 밑줄처럼 날아간다.
새들은 꼭 파도처럼 철썩이며 나는구나.
어미는 자식의 빈방을 자주 열어보곤 한다.
마른 웃음을 짓는 사람의 액자 높이로 기다림이 출렁인다.
우리 모두의 방에는 팽목항이 있다.

어느 누군가는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보고 싶어서
어둠보다 짙게 울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찢긴 달력들이 몇 번을 바닥으로 침몰하고
따개비처럼 멈춰버린 우리의 시간 속에 모든 거리 속에,
세월 속에 그리고 숨결 속에
울음처럼 파도 소리가 가득한데, 파도 소리뿐인데
그 곁에는 마치 허구의 이야기처럼 네 웃음소리만 없구나
정말 너만 없구나.

오늘도 겨울 바다보다 짙은 누군가의 울음이
바닷속 비상구의 문을 연다. 잊지 않고 있다고.
 
모든 사람들은 표류하고 있지만
우리의 항구는 영영 얼지 않을 것이다.



/ 서덕준, 표류하는 사람들의 시간




작년도, 재작년도 아닌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1000일이 지났습니다.
천 일이 지나는 동안, 누군가의 그리움은 셀 수 없을 만큼 불어났겠지요.
우리의 끝없는 물음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이 있다면
그들이 편히 쉴 날이 조금은 더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표류하고 있습니다만 함께 잊지 않고 또 잊지 않기로 해요.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추모문자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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