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1호선 기차가 철로에 스칠 때마다 파도 소리를 낸다.
열여덟 학생이 꾸벅이며 교복에 고개를 묻는다.
416번 버스는 인어처럼 교차로를 헤엄쳐 나가고
하늘의 옷감 사이사이로 노을이 풀어지고 새들이 밑줄처럼 날아간다.
새들은 꼭 파도처럼 철썩이며 나는구나.
어미는 자식의 빈방을 자주 열어보곤 한다.
마른 웃음을 짓는 사람의 액자 높이로 기다림이 출렁인다.
우리 모두의 방에는 팽목항이 있다.
어느 누군가는 보고 싶다는 말보다 더 보고 싶어서
어둠보다 짙게 울던 날이 있었을 것이다.
찢긴 달력들이 몇 번을 바닥으로 침몰하고
따개비처럼 멈춰버린 우리의 시간 속에 모든 거리 속에,
세월 속에 그리고 숨결 속에
울음처럼 파도 소리가 가득한데, 파도 소리뿐인데
그 곁에는 마치 허구의 이야기처럼 네 웃음소리만 없구나
정말 너만 없구나.
오늘도 겨울 바다보다 짙은 누군가의 울음이
바닷속 비상구의 문을 연다. 잊지 않고 있다고.
모든 사람들은 표류하고 있지만
우리의 항구는 영영 얼지 않을 것이다.
/ 서덕준, 표류하는 사람들의 시간
작년도, 재작년도 아닌 2014년 4월 16일.
그리고 1000일이 지났습니다.
천 일이 지나는 동안, 누군가의 그리움은 셀 수 없을 만큼 불어났겠지요.
우리의 끝없는 물음과 기다림, 그리고 그리움이 있다면
그들이 편히 쉴 날이 조금은 더 빨리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표류하고 있습니다만 함께 잊지 않고 또 잊지 않기로 해요.
안산 세월호 합동 분향소 추모문자 #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