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숨과 숨을 띄어 쓸 때마다
시야에 빗금을 그으며 네 얼굴이 뒤척이다 사라지곤 했다
네가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쓰기로 했더니
내 생生보다도 문장이 많았다
이제는 다 짓무른 일기를 밤마다 꺼내서 나는 나를 읽었다
울창했던 여름밤에 우리가 평행하기로 약속하던 문단을
나는 끝없이 손금처럼 중얼거렸다
네가 사랑한다 밑줄 그은 문장이 일몰보다도 저물었고
이제는 정말 잊었다는 말만 미처 못 다 썼다
그 못 갖춘 문장으로 끝난 일기를 와락 안고
어지러운 선잠처럼 잔뜩 울었다
/ 서덕준, 못 갖춘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