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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Oct 23. 2019

못 갖춘 문장

서덕준


숨과 숨을 띄어 쓸 때마다

시야에 빗금을 그으며 네 얼굴이 뒤척이다 사라지곤 했다


네가 생각날 때마다 글을 쓰기로 했더니

내 생生보다도 문장이 많았다


이제는 다 짓무른 일기를 밤마다 꺼내서 나는 나를 읽었다

울창했던 여름밤에 우리가 평행하기로 약속하던 문단을

나는 끝없이 손금처럼 중얼거렸다


네가 사랑한다 밑줄 그은 문장이 일몰보다도 저물었고

이제는 정말 잊었다는 말만 미처 못 다 썼다


그 못 갖춘 문장으로 끝난 일기를 와락 안고

어지러운 선잠처럼 잔뜩 울었다




/ 서덕준, 못 갖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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