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덕준
바다와 등을 맞대고 늘 젖은 척추를 굽어 늘 메마른 마음으로 아타카마 사막은 그곳에 있다. 한 번도 사랑받지 못 한 마음 그 가뭄진 마음 사이마다 입병처럼 소금 자국이 열거된 아타카마에 사상 유례없는 폭우가 예보되었다. 사전에 등재되지도 않은 것이 한참을 내렸다. 황무한 마음에 첫 세례처럼 몇 날 며칠, 쏟아지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어찌할 수 없는 그 통제불능을 내리 맞았다. 쏟아지는 것은 왜 자꾸 마음을 젖게 하는지, 욱신거리는 마음을, 일렁이는 마음을 도무지 참다못해 아타카마 사막의 씨앗들은 모두 스스로를 와락 피웠다.
사막이 처음으로 잔뜩 꽃밭이었던 날이 있었다. 하루만이라도 봄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던 사막의 서툰 욕심, 영영 다시 오지 않음을 직감하는 듯한 죽음의 마음, 미처 다 식지 못 한 마음, 멀미 같았던 개화.
이제 아타카마는 다시 사막으로 회귀한다. 다시 메마른 마음으로 등을 구부리고 다시 기다리는 마음으로 수천수만의 씨앗은 눈을 감고 다시 잔뜩 피어날 아타카마 사막의 꽃밭을 꿈꾸면서 다시.
/ 서덕준, 아타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