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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덕준 Jan 13. 2020

흰민들레 문구점

서덕준


흰민들레 문구점에는 너의 생일선물이 되지 못 한 모조품 풀 반지가 있어.

그날, 너의 생일날을 떠올려 볼래.


흰 별이 산등성이를 넘어가. 네가 두드리던 흑과 백의 건반들이 하늘을 떠다녀.

너의 콧노래가 골목마다 울려. 나는 흰민들레 문구점을 나비처럼 떠돌지.

그날의 섭씨, 네 치맛단에 붙은 그 민들레 홑씨, 백조보다 희던 네 뺨을 기억해.

참으로 신기하지. 어릴 적 너의 모습은 눈을 잃어도 나는 채색할 수가 있어.


너의 콧노래를 주워 담던, 흰민들레 문구점의 모조품 풀 반지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던,

네게 폭폭하게 말린 청록색 치마를 엄마 대신 건네던, 그 푸른 세탁소 집 동갑내기를.


너는 나를 기억해 줄 수 있어?




/ 서덕준, 흰민들레 문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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