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New PR 달성했다.

by 도하

2025년 5월 10일 토요일

나는 윈저(Windsor)에서 열린 하프 마라톤을 완주했다.
예상 시간보다 무려 30분이나 일찍 들어왔다.


4월 19일, 대회를 대비해 혼자 22.1km를 뛰었을 땐 정말 최악이었다.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고 느낄 정도로 힘들었다.
중간 급수대도, 에너지 젤도, 물도 없이 무작정 달렸기 때문이다.
처음 8km까지는 무난했지만, 12km부터는 걷고 뛰기를 반복했고,
이후로는 거의 걷기만 하며 집으로 향했다.
그때 기록은 3시간 11분이었다.


이번에 참가는 첫 하프 대회는 훨씬 좋은 조건이었다.
평탄하고 안전한 도로, 중간중간 급수대,
혼자가 아닌 많은 사람들과 함께 뛰는 대회였다.
그리고 지치지 않기 위한 에너지 젤,
3시간 전에 먹은 오트밀, 1시간 전에 마신 커피 덕분에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었다.


물론 며칠 전 생긴 입안 염증은 여전히 약을 못 받은 상태였지만,
그게 대회를 포기할 이유는 아니었다.


나의 목표는 아프지 않고 무사히 완주하는 것이었다.
혼자 22.1km를 뛰었을 때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했었다.


대회 당일 아침, 모든 준비가 물 흐르듯 진행됐다.
전날 10시에 누웠지만 쉽게 잠들지 못했고,
5시 알람에 피로감 없이 일어났다.


아침으로는 소화가 잘 되는 계란과 오트밀을 먹었다.
형부가 오트밀을 만들다 그릇을 깨버리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기록이 아니라 그릇을 깨버렸네"라는 농담에 아침을 웃으며 시작했다.
그런 영향인지 형부는 목표였던 2시간 이내 완주를 달성했다.
형부의 시시콜콜한 농담이 아침부터 웃음을 줬다.


나는 오른쪽 무릎과 발목에 테이핑을 했다.
트레일 러닝화로 무리하게 뛰다 무릎 연골이 닳은 경험이 있었고,
선천적으로 약한 발목은 작년에 깁스를 했던 이력이 있다.
안전을 위해 테이핑은 필수였다.


출발 전 커피 한 잔을 챙기고 스트레칭을 했다.
번호표, 핸드폰, 목 두건, 모자, 쿠셔닝이 좋은 Hoka Skyflow 운동화를 신고
언니의 졸음 섞인 진심 어린 응원을 들으며 출발했다.


대회장으로 가는 길에,
'정말 이 날이 왔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처음엔 바깥 러닝이 불편하고 낯설었지만,
하프 마라톤 등록 이후 5km, 7km, 10km, 12km로 거리를 늘리며

점점 밖에서 뛰는 재미를 알게 됐다.


러닝 속도와 체력은 기대만큼 늘지 않았다.
몸무게 변화도 없었고 실망도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프 마라톤을 완주한 지금, 홀가분하다.
혼자 22.1km를 뛰었을 때보다,
좋은 준비와 환경 속에서 기록이 30분 단축됐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8km쯤 되었을 때 무릎에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는 제대로 뛰지 못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통증을 줄이며 뛸 수 있는 자세를 계속 찾았다.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전진했다.


쉽지 않았다.
아직도 3배의 거리가 남아 있는데 벌써 통증이 오다니.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5km 정도 남았을 때,
‘집 근처에서 가장 쉽게 뛰던 거리’라는 걸 깨닫는 순간,
마음이 편해졌다.
마음이 편해지자 몸도 가벼워졌다.
뛰는 것이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다시 뛰고, 또 걸었다.
그리고 마지막 몇 미터를 남겨두고는 전속력으로 결승선을 향해 달렸다.


드디어, 완주했다.

앞으로도 기록에 신경 쓰기보다

야외 러닝 자체를 즐기며 꾸준히 달릴 생각이다.
러닝을 통해 거리 러닝이 익숙해졌고,
삶에서도 낯설고 불편한 일도 시작하고 나면
진심으로 즐길 수 있게 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 깨달음이 가장 소중하다.


2025년 5월 10일, 나의 대회 기록은 2시간 28분 46초이다.
혼자였다면 해내지 못했을 하프 마라톤이었다.
런던 형부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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