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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성창 Aug 13. 2021

누가 알아? 3일 안에 금덩이가 쏟아질지.

유무력의 법칙

2009년 배우 고현정에게 연기대상을 안겨준 MBC 드라마 '선덕여왕'이 방영되었습니다.

이 드라마에는 절실하게 원하는 마음이 표현되어 있습니다.

다음은 '선덕여왕 6회, 7회'에 나온 이야기입니다.


덕만(훗날의 선덕여왕)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고 생각되는 '문노'를 찾기 위해

중국 서쪽의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계림(신라)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자신과 같은 길을 가던 한 사람과 함께 도적 집단에 잡히게 되었습니다.

이 집단의 우두머리는 오랜 가뭄으로 먹을 것이 없어 이 둘을 수나라(중국)의 노예로 팔 생각이었습니다.

덕만은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겨가며 신라까지 왔습니다.

중국으로 팔려가는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고, 죽지 않더라도 중국으로는 다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계책을 생각해냅니다.


'내가 비를 내리게 하겠소.'

덕만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돋보기를 이용하여 불을 만들었고,

자신이 불과 물을 다스릴 줄 안다고 이야기하며 비를 내리게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집단의 우두머리는 그것을 허용했고, 3일의 기한을 주었습니다.

덕만은 제단을 만들어달라고 하였습니다.

같이 있던 일행은 둘만 있을 때 덕만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습니다.

'그것은 화주(돋보기)였다. 화주로 불을 피우는 것은 쉽지만, 어떻게 비를 내리게 하겠느냐?'


이때 덕만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나도 몰라.

어찌됐든 3일을 벌었자나.

하지만 누가 알아?

3일 안에 금덩이가 쏟아질지.

지나가던 공주가 구해줄지.

그것도 아니면 진짜 비가 내릴지.'


덕만은 3일 밤낮을 제단에서 절을 했습니다.

'비가 내리게 해주십시오.'

모두 한뜻으로 절을 했습니다.

그러나 비는 오지 않았습니다.


3일째 되던 날 덕만은 갑자기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수맥을 찾아서 땅을 파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이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여기저기 땅을 다 파봤는데 물을 전혀 나오지 않았다.'

덕만은 '얕게 파서 그래요. 깊게 파야 합니다.'라고 하면서 땅을 허둥지둥 파나갔습니다.


우두머리는 말도 안되는 행동이라 생각하며 덕만에게 그만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하지만 덕만은 계속 땅을 팠습니다.

이대로 멈출 수가 없던 것입니다.

'그만하라고.'

덕만은 다음과 같이 소리쳤습니다.

'그러면 이대로 죽으라고? 엄마까지 잃어가면서 여기까지 겨우 왔단 말이야. 그런데 다시 수나라 노예로 판다고?

아니, 여기서 그냥 죽으라고? 안돼. 문노를 만나야돼. 꼭 물어야 할 게 있단 말이야.'


한참 생각한 우두머리는 덕만에게

'가거라. 가도돼.'

우두머리는 덕만의 진심을 느끼고 보내주었습니다.

덕만의 목표가 진심이었고, 그 목표가 이루어지는 상황이 이어진 것입니다.


사실 그 덕만과 함께 있던 일행은 황실의 공주였습니다.

그 공주는 덕만을 만나 많은 것을 깨우쳤습니다.

공주는 그 이후로 황실과 적대적인 위치에 있는 '미실'이라는 인물과 대적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 전까지는 미실이라는 인물의 힘이 너무 거대해서 감히 맞서지 못했었습니다.

폐하와 공주를 포함한 황실 전체가 미실의 힘 앞에 무력했습니다.

그러나 덕만의 말이 이 공주의 마음을 변화시켰습니다.


공주의 아버지(폐하)는 공주에게 말했습니다.

'상대는 미실이다. 용수(공주의 남편)처럼 죽을 수 있다.'

용수도 미실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공주는 대답했습니다.

'예 폐하. 하지만 모르는 일이 옵니다.

정말 제가 미실과 대적할 사람이 될지,

그게 아니면 미실과 대적할 사람이 지나가다 도와줄지.

그것도 아니라면 미실이 어느날 몹쓸 병에 걸려 먼저 죽을지.'


공주는 '무'를 받아들이고, '유'를 원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입니다.

'미실과 대적하지 못할 수도 있음'이라는 '무'를 받아들이고,

미실과 대적하기를 원하는 마음을 가진 것입니다.

'미실과 대적하지 못할 수도 있음'이라는 '무'를 인정하고 받아들였기 때문에

'그게 아니면' 또는 '그것도 아니라면'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를 응용해보겠습니다.

원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기를 원한다고 해보겠습니다.

'나는 대통령이 되기를 원해.'


이렇게 원했더니 '나 같이 능력없는 사람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때 다음과 같이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내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나 혹시 알아?

내가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는데 아무도 지원하는 사람이 없어서 단독후보가 될지.

그것이 아니면, 다른 후보자들을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 그날 갑자기 바쁜 일이 생겨 선거에 참여하지 못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국민들이 갑자기 미쳐서 나를 대통령이 될만한 인물로 점찍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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