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 밀러
1.
혼돈은 당신의 화초를 썩어 물러지게 하고, 당신의 개를 죽이고, 당신의 자전거를 녹슬게 할 것이다. 당신의 가장 소중한 기억을 부식시키고, 가장 좋아하는 도시를 무너뜨리고, 당신이 간신히 쌓아 올린 모든 성스러운 장소를 폐허로 만들 것이다.
혼돈은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이라는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나는가'하는 시기의 문제다.
2.
나 자신에 대해 가당치 않게 커다란 믿음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자기가 하는 일이 효과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전혀 없을 때에도 자신을 던지며 계속 나아가는 것은, 바보의 표지가 아니라 승리자의 표지가 아닐까 생각했다.
3.
아무 약속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희망을 품는 비결, 가장 암울한 날에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비결, 신앙 없이도 믿음을 갖는 비결 말이다.
4.
철학에는 어떤 것들이 이름을 얻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사상이 있다. 이 사상은 정의, 향수, 무한, 사랑, 죄 같은 추상적인 개념들이 천상의 에테르적 차원에 머물면서 인간이 발견해 줄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가 그것들의 이름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한다고 본다. 이름으로 불리는 순간 개념은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실재"가 된다.
5.
그는 왜 그토록 약에 반대했을까? 그건 약이 사람을 실제보다 더 강력하다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혹은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약이 "신경계가 거짓말을 하도록 강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코올은 사람들로 하여금 "실제로는 몸이 차가울 때도 따뜻하게 느끼도록 하고, 아무 근거 없이 기분 좋아지게 하며, 인격 수양의 핵심을 차지하는 제한과 자제에서 해방되었다고 느끼게 한다." 달리 말하면, 자신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은 자기 발전에 대한 저주라는 것이다. 자신을 지체시키고 자기 발달을 저해하고 도덕적으로 미숙하게 만드는 길이자 멍청이가 되는 지름길이다.
6.
우리는 관념과 단어의 분열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자신이 끈 단어들이 다른 사람 앞에서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철퍼덕 떨어져 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말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생각들을 머릿속에 품고 있는 것이 얼마나 외로운 일인지를. 그리고 자기를 이해해 주는 것처럼 보이는 소수의 사람들이 지닌 위험한 힘에 대해서도.
7.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은 사람의 의지다.
8.
국립정신건강연구소 보고서에 다음과 같은 선언이 등장했다. "별 근거는 없더라도 막연하게 자신의 미래가 낙관적일 거라고 믿는 사람들에게는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혜택이 따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가 상당히 많다. 이러한 낙관론은 긍정적인 기분을 유지하게 해 주며, 미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도록 동기를 불어놓고,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하도록 북돋우고, 자신의 운명을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안겨준다."
9.
"나는 바라는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일하고 그런 다음 결과를 차분히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졌다. 나아가 나는 일단 일어난 불운에 대해서는 절대 마음 졸이지 않았다."
10.
아오스타는 정신적, 육체적 장애를 지닌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식처 같은 도시였다. 수세기에 걸쳐 가톨릭 교회는 장애 때문에 가족에게 거부당한 사람들을 아오스타로 불러들여 주거와 음식을 제공하고 돌보았다. 그들 중 많은 수가 결국에는 밭이나 부엌의 능숙한 일꾼들이 되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사랑에 빠지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다. 그 결과 일종의 거꾸로 뒤집힌 마을이 만들어졌다. 비정상적인 것이 정상인 곳, 사회에서 무능력자 취급을 받던 사람들이 지원을 받아 번성하는 곳으로 말이다.
11.
오싹했다. 그 잔인성과 무자비함이. 그 추락의 무지막지한 깊이와 그 파괴적 광란의 크기가. 토할 것 같았다. 내가 모델로 삼으려 했던 자는 결국 이런 악당이었던 것이다. 자기 자신과 자신의 생각에 대한 확신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이성도 무시하고 도덕도 무시하고, 자기 방식이 지닌 오류를 직시하라고 호소하는 수천 명의 아우성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로 인간이요-도 무시해 버린 남자.
12.
애나가 소파에 앉아 있는 인형을 내게 소개해주었다. "얘는 리틀 메리라고 해요."애나가 말했다. 애나는 리틀 메리를 어디든 데리고 다닌다고 했다. 교회에도, 마트에도, 밤에 잘 때 침대에도 데리고 갔다.
메리가 끼어들며 때때로 애나가 인형을 데리고 다닌 것 때문에 이상한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얼마 전에도 버스에서 한 여자가 애나를 빤히 쳐다봤단다 "그래서 내가 애나한테 말했어요. '아기를 옆에 놔두지 마! 안아줘! 그리고 언니 아기를 두고 사람들이 하는 말에는 신경 쓰지 마. 걔는 언니의 아기니까.""
13.
나는 그들의 아파트를, 짝을 맞춘 안락의자와 짝을 맞춘 아이스티 잔을 다시 생각했다. 소파에 앉혀둔 인형, 우리 안에서 쳇바퀴를 돌리고 있던 햄스터, 거기 앉아 있을 때는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 여인 사이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실들이.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빈틈없이 돌보는지, 서로의 슬픔을 찰싹 때려 쫓아버리고, 모든 농담을 재빨리 받아주고, 분위기를 밝게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14.
그들은 내게 같은 교회에 다니는 사람 중에 매달 몇 번씩 찾아와 그들을 휘해 저녁을 만들어주고, 공과금 납부를 도와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게일에 관해서 이야기해 주었다. 또 그들에게 거의 매일 웃긴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메리의 양아들 조시에 관해서도. 또 불임화를 당한 데 대해서 애나가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 해 동안 싸워오고, 결국 2만 5천 달러를 받아내 주었으며, 자신의 노력에 대해서는 단 한 푼도 받지 않겠다고 버틴 마크 볼드라 변호사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주었다. 매일 아침 자기 집 발코니에서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이웃 그랜트, 그리고 자신들의 '수호천사'라는, 아파트 단지의 접수계원 에버니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15.
폐어와 소는 둘 다 호흡을 하게 해주는 폐와 유사한 기관이 있지만 연어에게는 없다. 폐어와 소는 둘 다 후두개가 있다 연어는? 유감스럽게도 후두개가 없다. 그리고 폐어의 심장은 연어의 심장보다는 소의 심장과 구조가 더 비슷하다. 이런 설명들이 계속 이어지며, 마침내 폐어는 연어보다는 소와 더 가깝다는 결론으로 이끌어간다.
16.
헤더는 하고많은 사람 중에 코페르니쿠스를 예로 들었다. 그 시대 사람들이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움직이고 있는 게 별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그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에 관해 생각하고, 별들이 매일 밤 그들 머리 위에서 빙빙 돌고 있는 천구의 천장이라는 생각을 사람들이 서서히 놓아 버릴 수 있도록 수고스럽게 복잡한 사고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말이다. "왜냐하면 별들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니까"라고 헤더는 말했다. "그런데 물고기를 포기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17.
언니는 평생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 늘 반복적으로 오해해 왔다고 말했다. 의사들에게서는 오진을 받고, 급우들과 이웃들, 부모, 나에게서는 오해를 받았다고 말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 법을 배우는 거야."
18.
우리가 세상을 더 오래 검토할수록 세상은 더 이상한 곳으로 밝혀질 것이다. 부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은 사람 안에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잡초 안에 약이 있을지도 모른다. 당신이 얕잡아봤던 사람 속에 구원이 있을지도 모른다.
19.
죽음의 이면인 삶, 부패의 이면인 성장.
그 좋은 것들, 그 선물들,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황량함을 노려보게 해 주고, 그것을 더 명료히 보게 해 준 요령을 절대 놓치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른다는 사실을, 매 순간, 인정하는 것이다. 산사태처럼 닥쳐오는 혼돈 속에서 모든 대상을 호기심과 의심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이 폭풍우는 짜증스럽기만 한 일일까? 어쩌면 그것은 거리를 혼자 차지할 수 있는 기회, 온몸을 빗물에 적셔볼 기회, 다시 시작할 기회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