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역사(2)

앤드루 도이그

by 서은



1.

잘 알려진 독일 동화<<헨젤과 그레텔>>에서, 굶주린 나무꾼과 새부인은 식량을 아끼려고 아이들을 숲에 버린다. 아이들은 과자로 만든 멋진 집을 발견하고, 여기서 그들을 잡아먹으려는 마녀에게 붙잡힌다. 헨젤은 우리에 갇혀 살이 쪘고, 그레텔은 마녀를 위해 일해야 했다. 아이들은 운 좋게도 마녀를 속여 오븐에 밀어 넣어 죽여 버리고, 마녀의 보물을 찾아내 아빠에게 돌아간다. 다행히 계모는 이미 죽었고, 세 가족은 행복하게 살아간다.

몇 장 안 되는 분량에 기근의 모든 공포를 담아낸 기분 나쁜 이야기다. 음식에 대한 집착, 부모의 죽음, 빈곤, 아동학대, 노예 생활, 굶주림, 살인,아동 유기, 식인을 다룬다. 이 이야기는 1315년 대기근 시기 독일에서 만들어졌다.





2.

1944년 미네소타 대학에서는 가아의 심리적 영향에 관한 연구가 진행됐다. 연구진은 신체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고 실험 목표에 공감하는 청년 남성 36명을 모집했다.

실험을 시작하고 첫 3개월 동안, 참가자들은 평범한 식사를 했고 연구진은 각 참가자의 행동, 성격, 식사 패턴을 자세히 관찰했다. 다음 6개월 동안 참가자들은 신체 활동을 유지하며 이전 섭취량의 절반만 먹었고, 체중이 약 25% 줄었다.

참가자들은 음식에 관심이 커졌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상한 식탐을 드러내곤 했다. 음식 생각을 멈추지 못해서 집중력이 떨어졌고, 서로 대화할 때 주요 화제는 음식이었다. 식사는 몇 시간이나 걸렸고, 미친 듯이 빠르게 음식을 집어삼키기도 했다. 요리책, 메뉴 설명, 농사 관련 기사가 가장 인기 있는 읽을 거리였고, 다른 사람이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최고의 오락이었다.

기아는 우울증, 조증, 분노, 과민, 불안, 무관심, 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유발했다. 한명은 손가락 두개를 자르기까지 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적 접촉, 특히 이성과의 교류를 피하기 시작했고 점점 더 내성적으로 변해 외부와 담을 쌓았다. 유머 감각, 동료애 성관계에 대한 흥미를 잃었고,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라고 느꼈다.





3.

현대의 기근을 식량 공급 부족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보다는 사람이 식량을 구할 능력을 잃었을 때, 즉 극히 빈곤한 사람이 식량 가격을 감당할 수 없을 때 기아가 일어난다.

현대 산업화 사회에서 기근을 유발하는 원인은 보통 농사 실패가 아니다. 현대에는 정부의 정책 실패나 무능, 또는 전쟁의 영향이 기근을 일으킨다. 기상 악화나 흉년 같은 어려운 시기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도 중요하다.

정부에서 전쟁 수단으로 일부러 기근을 일으키기도 한다. 도시 거주민이 굶주리다 못해 항복하게 만드는 것은 수천 년동안 포위전의 전략으로 사용됐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독일이 그랬듯, 나라 전체가 포위망에 들어가기도 한다.





4.

현대 사회에는 적장하지 않은 본능, 행동, 유전자의 결과물이라는 관점으로 비만의 대유행을 바라볼 수 있다. 아무리 DNA에 있다고 해도 부적응은 해롭다는 뜻이다. 진화에는 시간이 걸린다. 특정 유전자의 해로운 영향으로 인해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감소하는 데 여러 세대가 걸린다. 그러므로 갑자기 환경이 바뀐다면 우리는 새로운 생활 방식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며 살게 될 것이다.

단 음식을 좋아하는 인간의 입맛 역시 원하는 것과 몸에 좋은 것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다. 농경을 시작하기 전, 선조들은 단당류 음식을 먹을 일이 없었다. 과일을 먹거나 꿀벌 수천 마리의 방어를 뚫고 꿀을 얻어내는 정도가 전부였다. 단 음식에 대한 갈망은 과일을 먹게 했고, 그래서 인간은 비타민C를 섭취할 수 있었다. 아마도 인간은 괴혈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당을 원하도록 진화했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수천 년간 더 크고 달콤한 과일을 개발했고, 사탕수수와 사탕무, 메이플 시럽을 재배했고, 양봉을 시작했다. 인간의 설탕 사랑은 부적응 현상이다. 비타민 C를 충분히 먹는데도 단 음식을 갈망해서 비만과 당뇨, 충치를 얻는다.





5.

DNA에는 수많은 변형이 있어서 인간은 모두 다르다. 알려진 변형만 수억 가지로 이러한 변형이 끝없는 다양성을 초래한다. DNA 서열의 염기 하나가 다른, SNP(단일 염기변이)로 인한 차이가 대부분이다. 친척 관계가 아닌 두 명을 무작위로 고르면 DNA의 500만 곳 정도에서 차이가 나타나는데 그 대부분이 SNP이다. 수정란 하나가 태아 둘로 나뉘어서 생기는 일란성 쌍둥이조차 수정란이 태아로 분열하는 과정에서 무작위 돌연변이가 일어나 몇가지 차이가 생긴다.





6.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보통은 배우자에게 제대로 기능하는 두 개의 유전자 사본이 있기 때문에, 자녀는 한쪽에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받더라도 한쪽에서는 제 기능을 하는 유전자 사본을 받게 된다. 그러나 부모가 친척이라면 그렇게 확신할 수 없다. 양친이 같은 조상으로부터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받을 수 있다. 부부가 가까운 친척일수록 아이는 유전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친척 간 결혼은 자손을 놓고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





7.

2012년 미국 인류학자 크리스토퍼 보엠은 50개 현대 수렵-채취 공동체의 문화를 분석했다. 모든 집단이 이기심, 따돌림, 절도, 친척이나 친구에 대한 과도한 편애를 막기 위해 법률과 같은 사회적 규칙을 사용하고 있었다. 처벌에는 공개적인 모욕, 호통, 조롱, 수치심 주기, 소외시키기, 집단에서의 추방, 심지어 사형도 있었다. 추방은 사실상의 사망선고일 것이다. 위험한 환경에서 외톨이로 오래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협동 행위는 수천 세대 동안 이어져왔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정의와 공정의 감각이 생겼다. 실제로 인간은 수치심과 죄의식이라는 감정으로 나쁜행동에 대해 스스로를 벌한다. 이 감정은 너무나 강려해서 심지어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8.

약 16~40세의 젊은 층에서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거울을 보면서 '이 사람이 나를 죽일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해보라. 지구상의 모든 사람을 합친 것보다 나 한 사람이 나에게 더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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