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역사: 사람을 죽음으로 이끈 것들에 대해

앤드루 도이그

by 서은




책을 읽으며


인생에서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이해해야 할 뿐이다.
지금이 바로 덜 두려워할 수 있도록,
더 이해해야 할 때다.



<<죽음의 역사>>는 인류를 죽음으로 이끌었던 전염병, 기근, 비타민 부족, 유전병, 담배, 술, 교통사고 등에 대해 다룬다. 과거, 중세시대 죽음의 원인부터 현대의 죽음의 원인까지 광범한 분석이 담겨있다. 과거에 치명적이었던 흑사병과 콜레라 등의 전염병을 인류가 어떻게 이겨냈는지 통계표와 사례 등을 통해 죽음의 역사를 자세하게 얘기하며 낙관적인 미래를 그린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의학적 지식과 과학적 지식, 수많은 통계 자료와 사례 등에 놀랐다. 특히 유전병 챕터에서 DNA 체계에 대해 말할 때는, 과학에 무지한 내가 이해하며 읽으려니 꽤 시간이 걸렸다. 저자의 끝을 알 수 없는 지식과 분석 능력이 담긴 책을 통해 각종 질병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어 좋았다. 또한 인간의 신체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처음 책을 읽을 때의 흥미는 뒤로 갈수록 점점 떨어져 갔다. 좋은 분석과 그에 맞지 않는 사례 때문이었다. 죽음의 원인이 된 질병이나 사고 등을 제시하고 분석한 뒤 사례를 덧붙이는 형식으로 전개가 된다. 천연두를 통해 백신이 만들어지게 된 사례, 존 스노우가 그린 콜레라 지도를 통해 콜레라의 감염 경로를 알게 된 사례 등등은 질병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갖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뒤로 갈수록 사례가 매끄럽지 않다고 느꼈다. 특히 <나쁜 행동>에서 자살을 다룰 때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저자는 자살에 대해 설명하다가 미국이 자살 예방 상담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자살 수치를 줄였다는 사례 하나를 든다. 그러고 나서는 자살에 대한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현대 사회의 심각한 문제를 잘 다루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교통사고도 마찬가지였다. 사례들은 서구권이 병을 어떻게 해결하고 이겨냈는지에 집중되어 있다. <<죽음의 역사>> 보다는 <<서양의 죽음의 역사>>라고 책 제목을 짓는 게 더 자연스러울 듯싶다.



서구권에 집중된 사례와 현대의 죽음에 대한 분석들이 아쉬웠지만 광범위한 지식을 이토록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것이 놀라웠다. 과거의 병들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알고, 앞으로는 어떤 발전이 가능해질지에 대해 낙관적인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책이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 유발하라리의 책들과 같이 탁월한 분석력과 통촬력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도 있지만,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분명 이 책이 담고 있는 서양의 죽음의 역사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농담: 농담으로 뒤틀린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