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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가앤필 Jan 02. 2025

요가 13년, 헬스 4년

요가만 하던 사람이 어쩌다

요가만 하며 평생 살 줄 알았다. 


아 물론 취미로. 직장인의 취미로 요가만큼 적당한 게 없다 싶었다. 스트레칭 동작을 기본으로 하면서 유연성도 키워주니 이 정도 운동과 함께라면 살아가는데 문제는 없겠다 싶었다. 매일 8시간씩 책상 앞에 앉아있는 직장인에게는 딱인 운동 취미였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평생 함께 가겠노라 철석같이 믿고 있던 운동 종목은 요가뿐이었다. 13년 동안 생활 요가인으로 살면서 다른 종목이 크게 당긴 적도 없었다. 가끔 주말이면 바람을 느끼러 가까운 산에 올라가서 정상을 찍고는 아 좋다.. 하며 내려오는 게 다였다. 


27살부터 직장인이었다. 26살 하반기 시험에 합격해 27살 1월 수습 직원으로 시작했다. 5주 동안 수습 직원으로 근무하다 3월에 정식 배치를 받았으니 직장생활을 한지도 어느덧 20년이 되어간다. 매일 같은 시각 출퇴근을 기본으로 하는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동안 나의 몸과 마음을 지켜주던 절친 같은 운동은 요가였다. 


몸이 찌뿌둥할 땐 전신을 늘려주는 스트레칭 동작이 굳어진 몸을 풀어주었고, 마음이 뒤숭숭 할 땐 한 곳을 응시하며 버텨내야 하는 동작들이 가슴속 꼬인 살타래도 풀어주었다. 그런 나의 평생 취미 요가를 두고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년 전 코로나가 막 퍼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월수금 퇴근 후 일주일에 3번씩 가던 요가수업을 3개월째 못 가게 되면서 몸이 뭔가 유연성을 잃어가는 것 같았다. 경직되고 굳어갔다. 집에서 스트레칭이라도 해 주면 좋았을 것을 그 당시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 당시 근무하던 곳에선 상사 갑질로 신고가 들어온 상태였다. 피해자뿐 아니라 그것을 지켜보던 주변 동료와 선후배들도  몇주째 긴장 상태였다. 내가 직접 겪는 갑질은 아니었지만 가까이에서 보고만 있어도 온몸이 굳어갈 만큼 심각했다. 나 또한 처음 겪는 상황이다 보니 이래저래 몸을 풀어주거나 움직여 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뭐 별일 있겠어? 싶던 어느 날 허리를 삐끗했다. 낮에 사무실에서 연필을 줍다가... 연필을 줍고 일어나려는 순간 허리가 이상한 걸 느끼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날은 그냥 퇴근했다. 근데 이게 무슨 일. 자고 일어났는데 허리가 펴지지 않았다. 


연필을 줍다 삐끗한 것뿐이니 뭐 심각한 상황은 아니겠지 싶어 가까운 정형외과로 치료를 받으러 다녔다. 견인치료, 물리치료, 근육주사까지...  10회가 넘어가는데도 도저히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출근 전 세수할 때 허리가 펴지지 않으니 매일 아침 세수를 하다 옷을 젖기 일쑤였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도수치료도 10회가량 받았다. 1회 10만원이 넘는 도수치료 비용이 전혀 아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제발 허리만 나을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래도 허리가 좋아지는 기분이 들지 않아 한의원으로 옮겨 침을 맞았다. 일주일 2~3번 맞은 침 덕분에 뭉쳐진 허리가 풀어지는 느낌이 들기는 했지만 튼튼해지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펴고 세수 정도는 가능해지면서 '이제 허리가 튼튼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정형외과, 한의원을 전전하지 말고 내 힘으로 스스로 몸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 중심을 튼튼하게 해 주기 위해 어떤 기운이라도 넣고 싶은 심정이었다.




간절히 고민하고 바라면 그에 걸맞은 생각이 떠오르는걸까? 


이제 근력운동을 해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스쳐갔다. 그 당시에는 근력 운동이 어떤 것들인지 정확히 알지도 못했고 근력 운동이라면 단순히 헬스장 같은 곳에서 하는 게 아닐까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코로나로 요가수업은 아직 시작하지 않고 있으니 동네 상가들에서 무언가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제야 헬스장 간판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차피 사람들이 모이는 대형 헬스장은 불안하니 집 근처 작은 공간에서 뭐라도 시작해야겠다 싶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글씨가 1:1 PT였다. 개인 트레이닝. 연예인들이 받는다는 개인 트레이닝은 알고 있었지만 일반일을 대상으로 하는 1:1 트레이닝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궁금하면 해 보는 스타일이라 우선 예약해서 방문해보기라도 하자 싶었다. 


그 당시에도 1주일에 2번씩 도수치료, 침치료를 받고 있었지만 우선 알아봐 놓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퇴근하고 7시 30분에 가겠노라 전화 약속을 하곤 큰 기대 없이 며칠 뒤 집 근처 PT센터를 방문했다. 물론 공간에 대한 기대, 헬스장에 대한 기대는 크게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간절함이 있었다. 꼭 허리를 다시 살리고 싶다는 간절함. 이제는 정말 나의 자력으로 튼튼해지고 싶다는 열망. 부디 제발 나만을 위한 건강멘토를 만나고 싶다는 바람. 


그 당시 별 기대 없이 PT센터를 방문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내 맘 속엔 여러 가지 바람과 간절함이 있었던 것 같다. 


그날 이후 4년째 그곳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그 이유에 대해 이제 하나씩 풀어가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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