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허리를 삐끗했을 때 단순히 허리를 다친 줄 알았다. 지금 와 다시 생각해 보면 마음이 다치고 있었다. 그 당시 근무하던 곳에는 상사 갑질 문제로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나와 업무상 가까운 상사였고 나에게 직접적으로 갑질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상황을 보고 듣고 함께 느끼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마음은 보이지 않으니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하면서 애써 매일 출퇴근했다. 마음을 추스르면 괜찮을 줄 알았다. 결국 괜찮지 않다는 건 몸이 아프고서야 알았다. 마음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다는 걸 몸이 알려줬다.
허리를 삐끗하며 멀쩡히 생활하던 사람이 환자모드로 변해버렸다. 허리를 굽힐 수 없으니 세수가 불편해 출근 시간이 한참 더 걸렸고, 옷 입는 것도 불편했다. 사무실 책상에서도 자주자주 일어나야 했다. 멀쩡한 사람이 환자가 되어 주변에서도 알게 되었을 때 그제야 비로소 몸을 추스르며 마음도 추스를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그 이후로 확실히 알게 된 것 한 가지. 겉으로 몸이 아프지 않다고 아무 데도 안 아픈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을 더 세심히 돌봐야 한다는 사실이다.
난 단 음식이 자주 당긴다. 단 음식이 자주 당기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 의식하기 전까지는 그냥 단 음식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래서 단 음식이 당길 때면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고 노력한다. 스스로에게 물어봐준다. 요즘 어디 안 좋아? 힘든 일 있어? 다른 사람이 물어봐주길 알아봐 주길 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다. 내가 나에게 물어봐주면 된다.
살은 왜 찌는 걸까? 몸에 안 좋은 음식은 왜 그렇게 당기는 걸까? 살이 찐다는 건 먹는 것에 비해 움직이지 않아서일 확률이 높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배가 고프지 않은데 당긴다는 건 심리적 요인이 크다. 자신이 지금 그 음식이 왜 먹고 싶은지 마음을 들여다봐야 한다.
예전 함께 근무하던 직원은 말로는 먹지 말아야 한다 말아야 한다 하면서 입으로는 계속 무언가를 먹고 있다. 업무 스트레스로 과자 1 봉지, 불안감으로 또 1 봉지. 난 왜 이렇게 폭식하고 있을까 하는 우울감에 또 1 봉지를 먹는 것만 같다.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에 따르면 폭식은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지만 심리 정서적 원인으로는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 등의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폭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옆에서 과도하게 과자 먹는 소리가 들릴 때면 잠시 주시해 보게 된다. 혹시나 요즘 힘든가? 하고...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수험생 신분으로 공부를 하던 2년 동안 간식을 달고 살았다. 밥도 먹고 디저트도 먹고 과자를 달고 있으니 당연히 살이 쪘다. 많이 먹고 덜 움직인 결과였다. 노량진에 있는 동안 10kg이 넘게 쪘다. 합격하고 수험생 신분을 벗어난 이후에는 불안 등의 스트레스가 사라지니 몸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마음이 두려우면 몸에 힘이 들어간다. 연필을 주우려 허리를 조금 굽혔을 뿐인데 이날 이후 3개월 동안 허리 펴기가 힘들었던 걸 생각하면 몸에 힘이 들어가서 그랬던 것 같다. 스트레스 상황일수록 굳어진 몸에 힘을 빼보자. 힘 빼는 동작으론 내게 아직도 폼롤러가 최고다.
*관련책 - 옥시토신 이야기(전용관,피톤치드,2024) 몸과 마음을 아우르는 특별한 치유의 힘 / 운동이 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