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에서 헬스로 넘어온지 4년째가 되어간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무슨 전문 요가인에서 전문 헬스인으로 넘어온 것 같은 느낌이 살짝 들지만 난 어디까지나 취미 운동인이다. 직장인이 하는 취미 운동이니 설렁설렁 대에충 하면 되는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간 얼마 못 가 금방 흥미를 잃고 재미라는 단계까지 도달하지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난 대체 어떻게 퇴근 후 생활체육인처럼 살게 된 걸까? 운동이 일상 속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출발점을 잠시 생각해 본다. 4년 전 헬스장을 처음 입성하던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초반 3개월이 중요했다. 동네 국민체육센터같은 곳 말고 사설 헬스장에 발을 디디기는 처음이었다. 어릴적 헬스장이라고 하면 이런 장면들이 떠오른다. 땀 냄새가 흔건한 웃통을 벗고 있는 아저씨들. 무언가 알아듣지 못할 괴성의 소리를 지르며 자신의 가슴 골에 취해있는 몸 큰 남자들. 그런 풍경들이 연상된다. 헬스장이란 내게 그런 공간이었다.
그래서였을까? 근력 운동이란 대체 무엇인지... 헬스장 기구들을 이용하면 여자 몸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알고 싶었지만 선뜻 발길이 닿지 않았다.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고 표현하는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4년 전 나홀로 헬스장을 찾았다. 최대한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곳으로 찾아 전화로 우선 예약하고 방문했다.
그 첫 발걸음이 4년째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은 PT였다. 1대1 트레이닝 수업을 해 보기로 맘 먹었기 때문이다. 만약 PT가 아닌 12개월이나 3개월 헬스장 이용권을 끊었다면 지금쯤 난 어떻게 되어 있을까? 아마 나도 남들과 똑같이 몇 달 왔다갔다 하다 말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서 그랬을테지. 헬스는 나랑 안 맞아. 근력 운동은 역시 남자들의 운동이야. 헬스 기구는 무겁기만 해... 하면서 말이다.
30분 맛보기 수업에서 처음 만난 트레이너는 내 몸 상태를 먼저 관찰했다. 그리고는 몇 가지 동작을 해 보라고 했다. 하체를 두발로 고정하고 허리를 숙여 상체만 천천히 숙이기. 요가 매트 위에 누워 무릎을 세우고 한쪽 발을 반대편 발 무릎에 올려놓기. 누워서 한쪽 어깨를 쭉 펴서 바닥을 쓸듯이 돌려주기. 선 자세에서 무릎을 굽히고 살짝 앉아 두 손은 앞으로 나란히 해 주기. 간단해보이는 동작이었지만 몸은 이리뒤뚱 저리뒤뚱 거렸다.
트레이너는 내가 움직이는 모습들을 유심히 지켜보더니 추가로 몇가지 동작을 더 시켰다. 두 손을 합장하고 한발 무릎만 굽히며 앉는 자세를 취하기. 두 손을 Y자로 쭈욱 들고 엉덩이를 뒤로 빼며 앉기. 그리고는 내 몸에 대한 진단을 내렸다.
"그동안 요가를 해서 유연성은 좋지만 근력이 부족해서 몸의 안정성이 떨어지시네요. 그래서 허리가 아팠던 것도 상체 복근이 부족해서일 확률이 높아요. 저와 천천히 몇가지 동작을 해 보면서 몸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만들어보시죠."
역시 전문가는 다르구나 싶었다. 그동안 내가 내 몸에 대해서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기본 동작도 전문가에 배우면 차원이 달랐다. '먼 길을 가려면 생각이 많은 머리보다 느리지만 우직한 몸이 필요하다'고 한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머리보다 몸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되었다. 기본은 쉬워서가 아니라 배워야 해서였다.
*관련 책 - <움직임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