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PT를 시작하기로 한건 나침반 역할을 해 줄 누군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트레이너가 체형 분석과 체지방 분석을 해 보자고 했다. 몸무게, 근육무게, 체지방 무게를 쟀고, 어깨와 엉덩이 위치가 삐뚤어지지 않았는지까지 무언가 전문적으로 보이는 기계로 체크했다.
눈금 종이 앞에 서서 사진에 찍힌 내 모습 사진과 인바디 결과지를 보여줬다. 몸무게는 높고 체지방은 많고 배 쪽 근육이 적은 C자형 몸매였다. 어깨는 한쪽이 들려있고, 골반도 틀어져있다고 했다. 정말 내 눈에도 삐뚤 하게 보였다. 트레이너의 조언은 단순했다. 가운데 근육을 키우고, 체지방을 줄여 D자형 몸을 만들어 보자고 했다. 근육 운동을 통해 건강한 몸을 만들어나가다 보면 허리는 어느새 튼튼해져 있을 거라고도 했다.
그동안 단순하게 몸무게를 줄이는 것만이 건강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확실히 목표가 달랐다. 초반에는 전체 무게가 늘 수 있지만 근육무게이니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도 했다. 9개월 이후 바디프로필을 찍게 되기까지 몸무게는 58kg에서 43kg으로 총 15kg가 줄었다. 물론 바프 당일날엔 수분도 줄이기 때문에 하루 만에 다시 늘어나긴 했지만 주로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늘었다.
가장 큰 변화는 몸매가 달라진 것이다. 요가를 할 때와는 전혀 다르게 몸이 탄탄해졌다. 물컹물컹하던 아랫배가 탄탄해졌고 팔과 다리와 어깨에 근육이 보일 정도로 몸매가 달라졌다. 체력까지 좋아져 웬만해선 피곤해지지 않는 건 선물 같았다.
2.
왕년에 헬스장 한번 안 가본 사람은 없을지 모른다. 비싸고 시설 좋은 헬스장이 아니더라도 한 달에 4~5만 원만 내면 한 달 내내 샤워장까지 이용할 수 있는 동네 국민체육센터 헬스장은 한번 가 봤을 것이다. 근력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그동안 내가 혼자 근력 운동이랍시고 한 동작들은 전부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여전히 내가 모르는 분야가 많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이 수두룩함을 PT 수업을 받아보고서야 알았다. 무언가를 시작할 때 열심히도 중요하지만 방향이 중요함을 근력 운동을 배우며 확실히 알았다. 그동안 돌고 돌아 참 많은 시간을 보내고 왔구나 싶었다.
3.
<몸이 먼저다>에서 한근태 작가는 속도가 아닌 방향이 중요하다는 표현을 이렇게 했다.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최선의 방법은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다. 자칫 당황해 여기 저리로 움직이면 더 위험해진다. 체력도 떨어지고 출구에서 더 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도 그러하다. 뚱뚱한 것이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살을 뺀다. 사람들의 이런 다급한 마음은 교묘한 상술의 표적이 된다. 짧은 시간에 살을 빼 주겠다, 그렇게 안 되면 환불해 주겠다, 누가 누가 이 방법으로 성공을 했다 등등. 살이 빠질 수 있다는 면에서는 진실이다. 하지만 다시 찔 수 있고, 그때는 더 악화될 수 있다는 부분은 말하지 않는다. 이런 말을 듣고 혹해서 큰돈을 지불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모든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격언이 떠오른다. 무지가 부른 재앙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망가지니 가엾은 인생이다. '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모든 것을 믿을 수밖에 없다니... 돈은 돈대로 쓰고 몸은 몸대로 망가지는 삶을 나는 정말 살고 싶지 않다.
4.
몸은 정직하다. 얼마 전 남자 보디빌딩 대회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참가자들의 몸 근육은 하나같이 다 달랐다. 똑같은 근육인데도 사람마다 다르다는 게 신기했다. 어떻게 몸을 만들었길래 이렇게 근육이 겉으로 드러나는 건가 싶어 대단해 보였다. 보디빌딩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보디빌딩이란 자신의 몸을 바로 세우는 작업이구나 싶었다. 나도 다행히 40대에 근력운동을 만나 몸을 바로 세우는 방향은 잘 잡았으니 인생 방향도 다시금 잘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된 운동 방향은 인생 방향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관련책 - <몸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