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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고수의 운동법

by 서가앤필


쓰는 사람을 애정한다. 운동하는 사람은 리스펙한다. 운동도 하고 글도 쓰는 사람에겐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내가 하루키 작가와 한근태 작가의 골수팬인 이유다.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아내 글을 쓴다는 건 자기만의 필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 눈엔 너무 사랑스럽다. 운동이 직업이 아닌데도 몸을 움직이는 삶을 살아내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을 살고 있기 때문에 존경스럽다.


하루키 작가는 소설가이면서 마라토너이고, 한근태 작가는 헬스에 빠진지 15년 동안 근력운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운동 전도사가 되었다.


하루키 작가가 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들>을 보면 그가 얼마나 진심으로 달리기를 대하는지 알 수 있고, 한근태 작가가 쓴 <몸이 먼저다>와 <고수의 몸 이야기>는 중년 독자에게 운동 붐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운동이 습관이 된 이후에는 행복하기 위해 운동했다. 누군가 내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고 물어보면 운동 후 샤워를 한 뒤 걸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힘든 근육운동을 한 뒤 땀을 젖은 상태로 찬물로 샤워를 했을 때 엔도르핀이 나오기 시작한다. 운동한 몸으로 걸을 대 바깥바람이 그렇게 상쾌할 수 없다. 엔도르핀이 마구 쏟아지는 느낌이다. 운동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본인이 직접 해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기분이다.


요즘 운동은 나에겐 신성한 의식이다. 난 이를 '운동재계'라고 부른다. 목욕 재계의 재계를 차용한 말이다. 중요한 일이 있기 전 몸을 깨끗이 하고 몸가짐을 다듬듯이 내게는 운동이 그렇다. 운동재계는 하루를 경건하게 시작하고 타인을 만나기 전 내 몸을 정화하는 의식이다.


내게 새벽 글 쓰는 시간은 뇌를 운동시키는 시간인데 뇌만 운동하면 몸의 균형이 무너진다. 운동은 몸을 움직여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운동하면서 오늘 일이 무엇이고 오늘 만날 사람이 누구인지 하루 계획을 정리한다.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시작하고 누군가를 만나는 것과 운동 재계 후 하루를 보내는 것은 아주 다르다.


운동은 단순히 몸을 건강하게 하는 시간을 넘어 새로운 하루를 여는 나만의 의식이 되었다.'


- 한근태, <고수의 몸 이야기> 중에서 -



내가 생각하는 고수는 일만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삶에 운동을 녹여내 루틴으로 자리잡은 사람. 운동으로 얻은 활력을 글로 풀어내 나누는 사람. 그런 사람이 내게는 고수다. 나도 그런 고수가 되고 싶다.



*관련책 - <고수의 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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