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자격증도 과정이 목표일 수 있다

by 서가앤필

1.

'우리가 무엇인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 일을 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


바디프로필을 찍은지 1달. 바디프로필을 반환점 삼아 어차피 평생 운동을 할꺼라면 관련 자격증을 따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런 생각에 확신을 갖게 해 준 글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이 문장으로 끝나는 누군가의 블로그 글이다.


2.

"이 부담없는 자격증도 도전 못하실 양반이, 자기와의 싸움이 반복되는 보디빌딩 운동은 어찌 하시려고?"


그러게말이다. 자격증 도전 하나에도 망설이면서 자기와의 싸움이 반복되는 보디빌딩이라는 종목을 어찌 평생하겠다 맘을 먹는단 말인가...


블로그 주인장은 이 글을 쓸 당시 당시 45세라고 했는데 나도 40대여서 그런지 글이 완전 와 닿았다. 게다가 직장인이 연차까지 쓰고 연수를 들었다고 하니 완전 내가 고민하던 부분을 이미 실행에 옮긴 분이었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 수업을 들을땐 내가 지금 회사 연차까지 쓰고 와서 뭘하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잊지 못할 경험이라고 했다.


3.

그래 까짓꺼 나도 해보자 싶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알아보니 쉬운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는 시험은 아니었다. 필기->실기->구술->연수 과정까지 해서 12월이 되어서야 자격증이 나오는 장장 1년 가까이 걸리는 시험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시험도 1년에 딱 1번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해 보겠다 맘먹고 필기시험 접수까지는 어찌 했는데 도통 공부할 시간이 나지 않았다. 평일엔 출퇴근하는 것만으로도 기진맥진해서 책 볼 여유가 없었고 주말에는 다른 스케줄로 긴 시간 공부할 타이밍을 잡는게 쉽지 않았다. 어쩌면 좋지 하고 있던 찰나에 마침 코로나에 걸렸다.


5일 동안 자가격리를 해야 했는데 이때다 싶었다. 스스로에게 체면을 걸었다. 필기시험 과목이 5과목이니 5일 동안 1과목씩 떼자. 책은 수험서 딱 1권을 정해서 그것만 보기로 했다. '아프면 안돼. 아플 여유가 없어. 딱 5일동안 1과목씩을 보는거야. 5일 동안 5과목을 1회독하기. 과목별로 1회독만 하고 기출문제를 풀자.' 그렇게 맘 먹고 공부했더니 정말로 자가격리 5일동안 아프지 않았다. 5과목을 전부 1번씩 볼 수 있었다.


기본서를 과목별로 1회독 한 다음엔 기출문제 5년치와 책 속 연습문제를 풀었다. 틀린 문제를 여러번 더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으니 우선 틀린 문제를 다 오려냈다. 오려낸 틀린 문제만 반복해서 보면서 다시 틀리지 않는 문제는 1개씩 버렸다. 진짜 버렸다. 버릴 때 왜 미련이 없었겠는가. 하지만 믿는 수밖에 없었다. 1달도 남지 않은 시험기간 때문이었다. 그렇게 필기 시험날까지 틀린 문제를 계속 버려가니 시험 당일날엔 확인할 문제가 몇개 남지 않았다.


그렇게 필기시험 5과목이라는 첫 관문을 무사히 넘기고 실기시험과 구술시험도 통과했다. 여름휴가 대신 1주일 연차를 내서 연수도 받았다. 그렇게 1년을 준비해 그해 12월 생활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을 받았다. 헬스에 빠진 40대 직장인이 1년 동안 노력해 받은 자격증이라니... 과정마다 순탄하지 않았지만 그 어느 과정도 의미없던 순간은 없었다.


구술 예상 문제를 준비해 1:1로 들어가 대답하던 한국체육대학교에서의 경험은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 대답 못하는 문제를 자꾸만 물어서 떨어뜨리려고 그러는건가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떨어뜨리기 아까운 사람에게 더 질문을 해 주는거라고 했다.


15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만 일을 해 오느라 이직이라고는 해 본 적이 없어 면접생의 마음을 잊고 있었는데 잊고 있던 감정까지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4.

"자격증을 땄는데 왜 트레이너를 안 하세요? "


라는 질문을 종종 받을 때가 있다. 물론 트레이너로 취업하기 위한 사람들이 취득하는 자격증이다 보니 어떤 생각으로 질문을 하는지는 알 것 같다. 난 이 자격증이 상대평가였다면 도전할 엄두도 내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도전이 누군가의 실패로 이어지는 시험은 아니라는 생각에 도전해 볼 생각이 들었었다.


나는 당분간 트레이너가 아닌 회원으로 더 남을 계획이다. 자격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얻은 나의 가장 큰 소득은 헬스라는 종목을 더 애정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사람이 진국이라고 하던데 난 헬스에 빠져버렸다. 나의 세계는 쇠질 속에서 넓어지고 있었고 다른 의미에서 좁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당분간 다른 어떤 것도 이보다 더한 몰입감을 줄 수는 없을테니까...



*관련책 - <아무튼, 산> "이제는 안다. 힘들어서 좋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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