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최근 사회를 볼 일이 있었다.
팀장이기 때문에 종종 사회를 볼 일이 있기는 하지만 장소도 생소하고 모인 사람들도 처음 만나는 자리라 살짝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단단한 복근 덕분인지, 피곤하지 않은 기초체력 덕분인지, 크게 떨리거나 초초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분좋은 긴장감이 느껴졌다.
물론 체크리스트까지 만들어가며 팀원과 꼼꼼히 준비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운동을 시작한 이후 확실히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이 단단해졌구나 하는 생각을 해 오던 참이었다. 운동을 통해 근력, 순발력, 근지구력같은 행동체력만이 생긴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가 그동안의 운동을 통해 얻은건 오히려 방위체력 쪽이었다. 일상 속 스트레스가 크게 스트레스로 느껴지지 않았다.
같은 사무실에서 여러 명이 함께 근무하다보니 사람마다 요구하는 온도가 다르게 마련이다. 누구는 춥다며 히터를 켜고 누구는 덥다며 에어컨을 켠다. 예전 같으면 춥다, 덥다 말을 하며 내가 원하는 쪽으로 요구 했을 수도 있지만 요즘엔 잠시 나갔다 들어오거나 따뜻한 차를 한잔 타서 몸을 조용히 데우곤 한다.
운동한 이후 불면증은 거의 사라진 지 오래고 조금 피곤하다 싶은 날은 침대 바닥 온도를 따뜻하게 해 놓고 하룻밤 자고 나면 금세 피로가 풀린다. 하루 중 운동을 기본으로 셋팅해 놓은 다음에는 그 어떤 스트레스도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유독 이상한 일을 겪은 날이면 퇴근 후 헬스장 런닝머신 위에서 30분 정도 뛰다 걷다를 반복해 주면 그걸로 충분했으니까.
2.
'결국 내가 가야할 길은 방위체력이구나'
아주 맘에 드는 단어를 발견했다. 방위체력. 방위체력이란 일상생활 스트레스 중 긴장, 불안, 고민 등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말한다. 그 뿐아니라 날씨 등 물리화학적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 세균 바이러스 등의 생물적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 피로 등 생리적 스트레스에 견디는 능력을 포함한다.
평소 내가 읽는 부류의 책들만 읽었다면 절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단어다. 생활스포츠지도사 자격증 공부를 통해 내가 개인적으로 얻은 가장 큰 효과가 있다면 운동분야 전문 용어들이 술술 읽힌다는 것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효과였지만 너무 만족스럽다. 운동을 해서 체력이 좋아지는 것도 좋지만 이론적으로 뒷받침되는 이유를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는 건 또 다른 재미다.
사진출처-운동진 블로그
3.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 김혜미 작가는 한의사다. 서울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패션잡지 에디터로 일하다 4년차에 그만둔 이유가 여성들의 몸에 대해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하니 무언가 예사롭지 않다. 그녀의 책 속에는 그림도 함께 있는데 그림마저 그녀가 그린 그림이라고 한다. 나도 내가 그린 그림으로 내 책을 채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살짝 부러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여자라면 궁금해 할 내용으로 목차가 가득 차 있다. 월경전증후군, 월경분순, 수족냉증, 체지방과 나잇살, 자궁근종, 자궁절제, 난임 등... 그 중에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건강 비법이다' 기본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설명한다.
'잘 먹고 잘 소화시키고 잘 배변하며 푹 잘 자는 것'
환자들을 만날때면 생각보다 자신의 몸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에 놀라곤 했다고 한다. 실체가 있는 몸에 대해서도 이렇게 무심한데 보이지 않는 마음의 피로와 불편은 얼마나 더 외면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몸 건강뿐아니라 마음 건강까지 소중히 생각하는 그녀의 글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4.
내 몸을 알아야 하는 나이는 따로 없다.
40대 후반인 나는 50대 내 모습이 자주 궁금하다. 5년 뒤에는 어떤 모습일지 10년 뒤에는 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살짝 궁금하고 많이 떨린다. 그럼에도 크게 걱정이 되지 않는 이유는 지금 운동을 하고 있고, 제철 재료를 먹으려 노력하고, 하루 7시간은 자고 때문이다. 운동과 식습관과 수면. 이 3가지만 잘 챙겨간다면 다른 것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거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중간중간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방위체력의 힘으로 잘 헤쳐갈 수 있을거라 믿는다.
* 관련 책 - <서른다섯, 내 몸부터 챙깁시다>